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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술을 훔쳐 마시다

도성 근교 뜰 밖. 송은탁이 대문 어귀에 새로 만든 편액을 걸어 두었는데 그 위에는 ‘쾌활루’라는 세 글자가 또렷하였다. 예전부터 내걸고 싶던 것이었으나 늘 바쁜 탓에 미루어 두었다가 이번에야 독고용재가 이곳에서 요양하는 틈을 타 송은탁과 박청민이 함께 정성을 기울여 마련한 것이었다. 독고용재는 이제 막 걸음을 옮길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으나 하지연의 분부로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 뜰 안에서만 거닐고 있었다. “그 사나운 여인은 어디 있느냐?” 그가 문간에 나서며 두 사람이 편액을 거는 모습을 보고 묻자 송은탁이 답하였다. “산기슭에 약을 캐러 갔다 하였는데 이미 반 시진이 지났어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박청민이 거들었다. “걱정 마시지요. 이 일대는 모두 우리 사람들이 지키고 있으니 쥐나 바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두려울 것 없습니다.” 독고용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뱉었다. “누가 그 여인을 걱정하였다더냐. 어서 들어오너라. 좋은 것이 있으니 맛을 보게 하마.” “좋은 것이라니 무엇입니까?” 박청민이 귀가 솔깃해 망치를 든 채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송은탁도 편액을 흡족히 바라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독고용재가 잔 셋을 내오더니 술독에서 소주를 따라내자 매운 술 향이 방 안 가득 번져 정신을 번쩍 들게 하였다. 박청민은 침을 삼켰으나 머뭇거리며 말했다. “이러면 아니 됩니다. 하 의원께서 마마께 술을 금하셨을 뿐 아니라 우리 또한 입에 대지 말라 하셨습니다. 우리가 마시면 마마의 술욕심이 반드시 다시 돋는다 하셨습니다.” 송은탁은 성큼 다가서며 이미 목구멍이 말라왔다. 며칠째 사람답게 지내지 못하였으니 술독이 눈앞에 있는데도 한 방울 건드리지 못하였다. 마마께서는 날마다 솜에 술을 적셔 입술만 축이시니 그 꼴을 보는 송은탁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입안에는 군침이 그칠 새 없었다. “이 우둔한 자야! 누가 마셨다 하여 지연 낭자에게 고하겠느냐?” 송은탁은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며 외쳤다. “어젯밤 볶아 둔 낙화생이 남았으니 꺼내어 술안주 삼지요.” 막 꺼내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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