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6화

유지민의 마지막 말에 강시현의 눈동자엔 짙은 분노가 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지민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단호하게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났다. 강시현은 그대로 굳은 채로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떨리고 있었고 심장은 누군가에게 움켜쥐어진 것처럼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멀리서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던 그림자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양민하는 강시현과 유지민이 함께 있는 사진을 바라보며 분노와 질투를 가까스로 누르고는 그 사진을 익명으로 강인혁에게 전송했다. 사진을 받은 강인혁의 얼굴에 잠시 어두운 표정이 스쳤지만 그는 이내 평소처럼 여유롭고 품격 있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때 마침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강인혁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사진, 누가 보낸 건지 알아보세요.” 누가 봐도 자신과 유지민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시도였으니 강인혁도 누가 사진을 보냈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딘가 어둠 속에서 기회를 노리는 맹수처럼 그의 분위기는 점점 냉철하고 위험해졌다. 그는 유지민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집요하게 굴면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뒤돌아보진 않을까?’ 이번의 위기를 겪으며 강인혁은 정말 유지민이 강시현에게 돌아갈까 봐 무서웠고 그녀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유지민은 강인혁에게 한 번 실망했던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마음 깊숙이 쌓여 있던 감정들이 더는 억제되지 않았다. 강인혁은 이렇게 뻔뻔하게 유지민을 넘보는 강시현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비서가 방을 나가려는 찰나 강인혁이 다시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한 가지 더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비서는 다시 돌아서서 강인혁의 지시를 들었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민하 씨, 지금 이 장면 너무 별로예요. 눈빛에서 감정이 하나도 안 느껴지잖아요.우리 역할엔 안 맞는 것 같네요. 돌아가세요.” 양민하는 자신이 탈락했다는 사실을 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