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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잘생긴 남편

“계속 말해요.” 유정한의 목소리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차가웠다. “그날 사실은 강이영 씨의 이복동생이 혼자 수영장에서 놀다가 빠진 건데 강이영 씨가 뛰어들어 구하려다가... 도리어 모함을 당한 겁니다.” 서류가 와르르 소리와 함께 바닥에 흩어졌다. 유정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고 정장 안에 있는 근육은 바짝 긴장된 상태였다. 유리창에는 그의 음험한 표정이 비쳤다. 그는 강이영이 이런 일을 겪었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다음은요?” 옆에 있던 구현준마저도 미간을 확 구긴 채 캐물었다. 주석훈이 계속 말했다. “강진철이 강이영 씨로 유니국행 비행기에 억지로 태웠습니다. 보호자도 없었고 생활비도 충분하게 주지 않았죠... 강이영 씨는 가장 힘들 땐 편의점 뒷골목에서 노숙자와 유통 기한 지난 빵을 두고 다투기도 했고 홍등가에 팔릴 뻔도 했습니다. 다행히 착한 사람을 만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주석훈이 가져온 서류 어느 한 장에는 흐릿한 CCTV 사진이 붙어 있었다. 깡마른 강이영이 슈퍼마켓 창고에 쓰러져 있었고 손에는 먹다 만 샌드위치 반쪽을 소중하게 움켜쥔 채 말이다. “지난달이 되어서야 강진철이 사람을 보내 급하게 강이영 씨를 귀국시킨 겁니다.” 주석훈이 말을 마치자 사무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씨X! 미친 새끼가!” 구현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강진철, 그 늙은 놈이 제 친딸한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 ‘이건 인간도 아니야!' 유정한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안색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다. 불현듯 아침에 작은 아이가 자신의 품에 몸을 말고 있을 때 뼈마디가 닿아 아플 정도로 뾰족했던 느낌을 떠올렸다. 알고 보니 그건 단순히 마른 게 아니라 장기간 굶어 나온 결과였다. 원래는 다음 주에 강이영을 재검진 시킨 후 별문제가 없으면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락해 데려가게 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보니 강씨 가문은 강이영에게 늑대 굴이나 다름없었다. ... 클라우드 별장. 차가 막 별장 마당에 들어섰을 때 유정한이 내리기도 전에 가냘픈 그림자가 집 안에서 달려 나왔다. 소녀는 다급하게 달려오며 연분홍색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꼭 한 마리의 나비 같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강이영은 신발도 신지 않았고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여보!” 강이영은 차창에 매달려 코끝을 유리에 눌러 납작하게 만들고 있어 마치 먹을 걸 기다리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 유정한은 미간을 확 구기며 차에서 내리자마자 겉옷을 벗어 강이영에게 둘러주었다. “왜 신발은 안 신었어?” “당신 빨리 보고 싶어서요.” 강이영은 얼굴을 들러 밝게 웃으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머리카락은 왜 젖었고?” 유정한의 시선이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물방울이 그녀의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옷깃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추미선이 수건을 들고나오며 말해주었다. “이영 씨가 방금 수영장 옆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젖은 겁니다.” “철없군.” 유정한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성큼성큼 별장 안으로 걸어갔다. “막 퇴원했는데 물놀이를 한 거야? 감기 걸리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군.” “아니에요.” 강이영은 코를 쓱 만지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유정한은 바로 허리를 굳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강이영은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팔을 둘렀고 젖은 머리카락이 그의 셔츠에 스쳐 자국을 남겼다. 이내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파묻고 남몰래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유정한에게서 나는 향기는 이상하게도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었다. 안방 욕실로 데리고 온 유정한은 그녀를 세면대 위에 앉혔다. 강이영은 뽀얀 발을 흔들었고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가만히 있어.” 그는 드라이기를 꺼내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려주었다. 따뜻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자 강이영은 편안하게 눈을 감았고 남자의 손끝이 가끔 그녀의 귓불을 스치며 미세한 전율을 일으켰다. 그녀는 남몰래 거울 속으로 유정한을 보았다. 유정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입술을 꾹 다물고 마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듯 아주 진지했다. “여보.” 강이영은 갑자기 몸을 돌렸고 젖은 머리카락이 유정한의 손목을 스쳤다. “당신은 정말 잘생겼어요!” 시끄러운 드라이기 소리 속에서 유정한은 입을 꾹 다문 채 다시 강이영의 머리를 돌려버렸다. 굳은살이 있는 남자의 손끝이 무심코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앗, 간지러워요...” 강이영은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 순간 드라이기 선이 그녀의 잠옷 끈에 얽혀버려 유정한은 고개를 숙여 풀어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의 코끝이 거의 그녀의 쇄골에 닿을 뻔했다. 바디 워시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맴돌며 소녀의 특유한 달콤한 체향이 섞여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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