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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우르릉 쾅. 파직. 천둥이 요란하게 울리며 옆에 있던 큰 나무를 두 동강 냈다. 나무가 쓰러지는 순간, 심화영은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건조한 눈을 비비면서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오라버니, 몇 시진쯤 되었습니까?” 두 다리가 저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심태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곧 인시다.” 심화영은 시큰거리는 목을 돌려 무거운 마음으로 사풍원 쪽을 바라보았다. 전생에 어의들이 진료했을 때 그들은 결국 전강훈을 치료하지 못했다. 결국 심태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전강훈에게 아주 독한 약을 써서 전강훈을 깨웠다. 그러나 전강훈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홉째 날이었다. 심태진은 그 사건으로 유명해지면서 태의원에서 가장 재능이 있고 가장 젊은 명의가 되었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의 배척을 받았다. 그러다 결국 심화영의 멍청한 짓 때문에 빠르게 몰락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심화영은 미안함이 더욱 커졌다. 설현수의 의술은 심태진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하지만 전강훈이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전강훈이 깨어날 때까지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심철호는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로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심화영의 모습을 보면 전강훈을 매우 신경 쓰는 듯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약을 파기하겠다고 난동을 부리며 방 안의 물건들을 전부 집어 던졌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왜 또... 심화영에게 혹시 마음이 바뀌었냐고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질문을 할 때가 아닌 듯했다. 이때 백세민이 빠르게 나와 복잡한 얼굴로 심화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하께서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매우 괴로웠다. 눈앞의 심화영은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아주 지독하고 악랄했다. 게다가 전강훈을 뼛속 깊이 싫어했는데 전강훈은 절대 그녀를 포기하지 못했다. 일주일 내내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겨우 목숨을 건지고 깨어났는데, 깨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이 심씨 가문에 복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심화영을 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심화영이 대체 뭐가 그리 좋은 것일까? 심화영은 백세민의 눈빛을 이해했다. 전강훈은 심화영에게 매우 집착했지만 다른 이들은 심화영이 전강훈의 옆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심화영 본인조차 전강훈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강훈이 깨어났다. 심화영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 순간 다시 힘이 나는 것만 같았다. 심화영은 서둘러 물었다. “전하께서는 어떠냐? 어르신께서는 뭐라고 하셨느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눈앞이 까매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심화영의 몸은 버티지 못했다. 어지러운 와중에도 심화영은 혀를 씹으면서 중심을 잡으려고 했고 뒤늦게 심태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부축하는 걸 보았다. “전하께서 깨어나셨다고 하니 너도 이만 돌아가서 쉬거라.”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백세민을 바라보았다. 백세민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사풍원을 바라보았다. “장공주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전하를 만나고 싶어요.” 심화영이 말했다. 그녀는 지금 당장 그를 만나고 싶었다. 눈이 멀지 않은 그의 모습을, 살아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심태진과 백세민은 살짝 당황했다. 심철호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일단 안으로 들어가거라. 상황을 보고 나서 얘기하자꾸나.” 심화영은 간신히 몸을 이끌고 사풍원 안으로 들어갔다.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강하게 뛰었다. 그녀는 절뚝거리면서 기대를 안고 사풍원으로 향했다. 백세민은 눈을 흘기면서 불쾌한 듯 말했다. “그렇게 가식을 떨 필요는 없습니다. 천천히 걸으시지요. 괜히 다치기라도 한다면 전하께서는 저를 탓하실 것입니다.” 심화영은 그를 힐끔 보았다. 그녀는 그가 호의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 심화영이 두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백세민은 절대 그녀에게 좋은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내 그들은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은 열려 있었고 안에서 희미한 등불이 보였다. 장공주는 바로 앞에 놓인 의자에 편히 앉아 있었다. 염주를 손에 든 그녀의 눈빛에는 살기가 깔려 있었다. 장공주는 심화영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예전이었다면 심화영에게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지만 지금은 마치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앞으로 더 무시무시한 분노의 불길이 그녀를 휩쓸지도 몰랐다. 심화영은 장공주가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을 알았다. 장공주는 그녀가 차라리 죽기를 바랐을 것이다. 심화영이 전강훈을 싫어하고, 모욕하고, 음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강훈은 심화영을 지켜주기 위해 장공주인 그녀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늘 그녀와 맞섰고, 그 때문에 장공주는 몇 번이나 체면을 구겨야 했다. 그래서 장공주는 심화영이 자기 아들을 홀려서 빼앗아 갔다고 생각했고 그 탓에 자신과 전강훈과 사이가 점점 틀어졌다고 생각했다. 전생에 장공주는 몇 번이나 심화영을 죽이려고 했다. 허리를 부러뜨리라든지, 곤장 50대를 때리라든지, 뺨을 100대 때리라든지 명령을 내렸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검을 뽑기도 했다. 그러나 매번 전강훈이 그녀를 말렸다. 심화영은 장공주의 난폭한 성정 때문에 왕부를 점점 더 싫어하게 되었고, 전강훈이 도와줬을 때는 그가 가식을 떤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장공주와 전강훈이 합심하여 그러는 거로 생각해서 그들을 굉장히 혐오했다. 심화영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장공주와 전강훈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전강훈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장공주가 전강훈이 좋아하는 심화영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장공주의 태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 그녀와 함께 살 상대는 전강훈이었기 때문이다. 전강훈이 그녀에게 잘해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정신을 차린 심화영은 장공주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마마, 소녀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장공주는 그 말을 듣더니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 때문에 그녀의 뺨이 부들부들 떨렸다. 옥주는 눈치를 살피다가 서둘러 말했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강훈이 심화영을 애지중지하지 않았다면 장공주는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내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죽였을 것이다. 심화영 또한 장공주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질문을 건넨 이유는 예의를 차리기 위함이었다. 혹시라도 예를 갖추지 않았다가 장공주가 트집을 잡아 그녀를 벌하여 수모를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심화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전강훈의 침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방 안에서 어의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소곤대며 전강훈의 상태를 논하고 있었다. 심화영은 그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복잡한 심경도 보아냈다. 태의원도 권력 다툼이 치열했다. 그 안에서도 세력이 다양했고 다들 황족을 위해 일하는 것 같아도 그중에는 황제의 사람, 후궁의 사람, 황자들의 사람, 그리고 다른 세력들도 있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명양왕이 깨어나길 바랐고 어떤 이들은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당연히 명양왕이 깨어난 걸 보고 언짢아했다. 그러나 대놓고 표현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다. 그가 깨어나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명양왕이 깨어난 사실에 기뻐함과 동시에 걸인 꼴을 한 노인에게 공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언짢아했다. 오늘 밤, 이 방 안에서 많은 것들을 보아낼 수 있었다. 전생에 심화영은 이런 은근한 권력 다툼을 보아내지 못하고 그저 삼황자와 혼인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그녀는 삼황자가 한 말을 모두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심화영은 사람들의 표정을 쭉 둘러본 뒤 서둘러 침상을 바라보았다. 설현수는 침상 옆에 앉아서 침을 놓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엄숙하면서도 여유로웠는데 그 어떤 풍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명양왕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 그는 침상 위에 가만히 누운 채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화영을 보았을 때 그의 눈동자에서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고 그 눈빛에 심화영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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