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말이 오가는 사이, 느티나무길 저편에서 한 소년이 걸어왔다. 자줏빛 도포에 청색 옷자락, 그 눈매와 입매에는 다소 바람기가 엿보이기도 했다. 그는 바로 태부부의 장남 고신우, 심여진의 친사촌 오라버니였다.
그 말이 끝나자 손채윤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민망해졌다.
심여진은 앞서 나서며 가볍게 예를 올렸다.
“오라버니.”
심화영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사촌 오라버니를 뵈옵니다.”
“오, 이제서야 오라버니라 부르느냐? 좋구나, 아주 좋아.”
고신우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고는 성큼 다가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그런데 너 정말로 전씨 가문의 소군주와 의술을 겨룰 참이냐? 저 사람은 평곡 여섯 군자 중 한 분인 변상현의 제자라 하더구나. 함부로 이길 상대가 아니니라!”
“변상현?”
심화영은 잠시 멍해졌다.
그 이름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전강훈에게는 스승이 여섯이나 있었는데 변상현이 바로 그중 하나였다. 전강훈 스스로도 전소현을 ‘사제’라 칭했으니 분명 변상현의 문하에서 같이 배운 것이었다.
변상현의 의술은 천하에 명성이 자자하긴 했다.
심화영이 이리저리 생각을 하는 사이, 전소현은 그녀가 스승의 이름을 듣고 겁먹은 줄로 오해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겁났으면 겁났다고 말하시오! 그럼 체면은 봐주지. 명양왕부 근처에는 얼씬도 말고 우리 오라버니께도 다시는 얼쩡대지 마시오!”
그녀는 오라버니라는 네 글자를 유난히 강조해 뱉었다.
심화영은 곧장 눈치를 챘다. 전소현은 자신과 전강훈 사이의 ‘각별한 친분’을 과시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일을 겪고 온 그녀로서는 이런 유치한 수작 따위는 눈길조차 줄 가치가 없었다.
그래서 태연하게 말했다.
“이기고 나서 그런 말을 하시지요.”
심화영의 말에 심여진은 살짝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곧 수업 시간이니 수업이 끝난 뒤에 겨루는 게 어떻겠습니까?”
심여진은 내심 확신이 없었다. 혹여 심화영이 질까 두려운 것이었다.
조용히 계집종을 태의원에 보내 심태진을 불러 도움을 청할 방도를 꾀하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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