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그때 “탕” 하고 금속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던진 땅콩 한 알이 검 끝에 튕겨 맞았는데 날이 비틀리며 그녀의 피부를 스쳐 지나가고 살결엔 실핏줄 같은 고통이 스몄으나 목숨을 앗을 정도는 아니었다.
전생과 다름없이 전강훈이 몸소 나서 전태산의 칼끝을 막아낸 것이었다.
심화영은 고르게 숨을 쉬며 가라앉은 마음을 다잡고 주위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숙였다. 방금 위급한 틈에 그녀가 손에 쥔 건 바로 갈기갈기 찢긴 종이 조각 한 장이었다.
그제야 그녀는 진정되었다.
송연정이 찢어버린 혼약서는 가짜였다!
심화영은 그 종잇조각을 소중히 접어 넣은 뒤 삼황자와 송연정, 그리고 혼약서를 강탈하려던 손 상서를 차례로 돌아보았는데 눈동자 깊은 곳에 한 줄기 싸늘한 기운이 번뜩였다.
‘이들이 함정을 파서 나를 죽이려 했으니 나도 이 기회를 그대로 흘려보낼 순 없지. 다들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펴며 이미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진실을 꿀꺽 삼켰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얼굴엔 연약하고 겁먹은 기색이 어려 있었고 긴장한 듯 백세민에게 애원하며 말했다.
“백, 백세민. 날 좀 도와줄 수 있느냐...”
백세민은 그녀가 혼약서를 찢어버린 일로 진작부터 기분이 상해 있었기에 아예 그녀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등을 내보였다.
심화영은 고개를 돌려 전강훈을 바라보았다.
전강훈은 짙게 어두워진 안색으로 그녀를 말없이 노려보다가 이윽고 백세민에게 눈빛 하나를 보냈다.
백세민은 차마 그 시선을 거역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앞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도우라는 것입니까?”
그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송연정은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으나 겉으론 억지로 난처한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
“화영아, 혼약서를 찢는 일이 보통 큰일이더냐? 백세민이 뭘 도와줄 수 있겠냐? 차라리 무릎 꿇고 전태산 나리께 사죄드리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심화영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백세민 앞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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