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화
설현수가 말하려다 멈추는 것을 보고 심화영은 무언가 깨달았다.
‘아직 때가 이르다고 판단해서 말을 아끼는 건가?’
“일단 침술부터 배우려무나.”
설현수는 은침을 가지고 맞은편에 놓인 인형 쪽으로 걸어갔다.
“한데 네가 급히 찾아온 걸 보니 무언가 묻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군.”
심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부님은 제 모든 걸 꿰뚫어 보시네요. 확실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어서 이리 오게 되었습니다.”
유씨 부인과 손 상서, 천자교에 관한 일을 얘기한 뒤, 심화영이 물었다.
“사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사부님은 연세도 있으신 데다 원씨 황족에 대한 원한도 깊으니, 아버지나 태산 전하보다 더 통찰력 있게 보실 것 같거든요.”
그녀가 말을 마치고 보니, 설현수는 이미 야윈 손을 미세하게 떨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설현수의 손은 특이했다.
푸르스름한 핏줄이 드러난 데다 마치 마른 나무가치처럼 말라 있었다.
그리고 굵은 손가락 마디는 마치 신화 속 괴물의 손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뼈와 살을 깎아내는 고통을 감수하기 힘들었을 텐데.’
심화영은 갑자기 가슴이 저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설현수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설현수가 심철호보다 훨씬 연장자인지라 심화영은 꺼릴 것이 없었다.
어린 소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정신이 번쩍 든 설현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심씨, 전씨, 손씨, 이 세 가문의 일은 때가 되면 알려주마.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거라. 손씨와 원씨, 이 두 가문과 심씨와 전씨, 이 두 가문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손씨 가문이 겉으로 보기에는 심씨와 전씨, 두 가문보다 약해 보이지만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손 상서와 손씨 가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서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훨씬 무서워. 전대 왕조 말기부터 이미 존재했던 천자교가 그래. 당시 강씨 황족이 분열한 탓에 대제국 각지에서 반란이 끊이지 않았어. 그뿐만 아니라 강씨 가문 내부에서도 여러 파벌로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