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화
백세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둘러 그녀를 뜰에 있는 돌의자에 앉혔다.
“소인이 대신 독을 실험할 수는 없습니까? 이러다가 아가씨의 몸이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
심화영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침술도 병행해야 하니 아무리 피가 많아도 안 돼. 게다가 오늘 사부님께서 피를 확인해 보니 독을 푼 자가 여인이라 하더구나. 여인의 피가 잘 맞기에 사내의 피로 실험한다면 마음이 놓이질 않아.”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겼다가는 오라버니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해.’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심화영은 고통스러웠지만 두렵지 않았다.
하늘이 주는 시련만큼 깨달음도 있기에.
심화영은 만식이 가져온 죽과 반찬을 조금 먹고 나서야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그러자 설현수는 그녀에게 침을 놓아주며 위로했다.
“길어야 일 년이다. 이걸 견뎌낸다면 그 어떤 독도 침입하지 못해.”
“무조건 이 악물고 버틸 겁니다, 사부님.”
심화영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설현수의 말은 전생의 어두움과 증오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나아가라는 암시를 주는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면 저는 소군주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녀 눈가에 있던 피로의 흔적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환생한 이 기간 그녀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전생의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당당히 조정과 맞서 천하를 꿈꿀 용기를 가지지도 못했겠지.’
그녀는 운명에 감사했다.
진실을 보게 되었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어서.
심화영은 문을 나서며 멀리 보이는 황궁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원씨 황족을 밀어내고 내가 권력의 최고봉에 설 것이야.’
“세민아, 어서 안내하거라.”
생각을 마친 그녀가 백세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세민은 이번에도 심화영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불사조처럼 부활하여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가 느껴지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백세민은 심화영의 명을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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