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3화
심화영은 얼굴을 붉히며 전강훈과 눈빛을 마주하지도 못했다.
“그, 음... 좋, 좋았습니다.”
전강훈은 그녀의 수줍은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밖에서 백세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송로가 아가씨를 찾으러 왔는데 궁에서 누군가가 댁에 다녀갔다고 합니다. 마님께서 아가씨더러 속히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심화영은 문득 설현수가 자신을 위하여 궁궐로 들어갈 길을 열어주겠다던 말을 떠올리고, 부득이 전강훈에게 이별을 고하였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라버니께서는 오늘 조회에 빠지셨는데, 혹여 나중에라도 들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정에 가는 게 중요할 것 같소? 화영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찾아온 것이 귀한 것이오.”
남자는 웃으며 몸을 약간 일으켜, 자신의 옷에 달린 검은색 영패 하나를 풀어 그녀에게 건넸다.
“궁궐에 갈 때는 이것을 지니고 가시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래오.”
심화영은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훈 오라버니, 감사합니다.”
“어서 가보시오.”
전강훈은 고개를 기울이며 부드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 어린 아가씨가 입버릇처럼 ‘강훈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소리에, 그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곧 다가올 혼례를 생각하니, 심장이 북소리처럼 두근거렸다.
심화영 또한 그를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작별을 고하고 영패를 잘 지킨 뒤, 백세민과 함께 서둘러 능연각을 떠나 정문으로 향했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절반쯤 왔을 때, 뜻밖에도 장공주가 샛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좁은 길에서 마주치자, 심화영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화영이가 장공주마마께 문안드리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장공주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화영 낭자, 옷이 구겨졌구나.”
심화영은 알고 있었다. 장공주는 그녀가 한밤중에 전강훈을 만나러 왔다가 이런 꼴을 보였다고 비웃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한 심화영은 남들의 시선 따위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