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심화영 또한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 전강훈을 바라보았다.
전강훈은 막 입을 열려다 문득 누군가의 가느다란 시선이 자신에게 닿은 것을 느끼고는 살짝 멈칫했다.
‘이 배은망덕한 계집이 이제 질투를 할 줄도 알게 되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스치더니 곧 스스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녀는 다만 그가 자신을 아낀다는 것을 빌미 삼아 제멋대로 굴고 이용해 먹고 남과 손잡아 그를 궁지로 몰았을 뿐이었다.
이젠 익숙해져서 따질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전강훈은 더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송연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증거가 있냐 물었다.”
그 눈빛은 마치 돌덩이처럼 아무 감정 없이 냉담했는데 조금 전 송연정의 정성 어린 고백 따위는 들리지도 않은 듯했다.
심화영은 그 모습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반면 송연정은 안색이 다시 한번 굳어졌고 끝내 이를 악문 채 말했다.
“그 혼약서가 바로 증거이옵니다. 마마께서도 혼약서는 어용백지로 쓰였고 감히 위조할 자도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노하셨다면, 그 죄는 소녀에게 돌리시옵소서. 소녀가 전하를 흠모한 지 오래라 화영이가 전하께 악언을 퍼부은 데 분개하여 그만 경솔히 말해 화영이를 자극하였던 것이옵니다.”
“무슨 말이냐?”
한쪽에서 험상궂게 듣고 있던 전태산은 도리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이 자꾸 말하는 그날 밤, 내가 혼미했던 그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이냐?”
심화영은 송연정을 차갑게 노려보다가 냉소를 터뜨렸다.
“말하자면 저의 사촌 언니가 저 대신 몸을 던져 전하의 왕비가 되고자 했다는 것이옵니다. 나리께서 보시기에 괜찮은 일인지요?”
전태산은 순간 말문이 막혀 바닥에 있는 송연정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에 모인 손님들 또한 모두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황제마저도 눈살을 찌푸렸다.
송연정은 외모만 보면 제법 보기 좋은 구석도 있었으나 근본적으로 풍류의 기운이 짙어 기품은 모자라고 경박함은 지나친 편이었다. 살짝 치켜 올라간 봉안 눈매에 뾰족한 턱까지 더해지니 도리어 도도함보다는 싸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