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1화
온성해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몇 해 전부터 유씨 부인이 자주 날 찾아와 유가촌에 있는 언니에게 서신을 보내달라고 하였소. 그제야 많은 사정을 알게 되었지. 유씨 부인의 언니는 잡혀간 몸이었소. 손 상서나 삼황자한테 잡힌 게 분명하오. 유씨 부인의 어미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언니 손에 자라난 탓에 결국 저들 뜻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게지.”
심화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언니가... 지금도 살아 있단 말입니까?”
온성해는 고개를 저었다.
“어찌 가능하겠소. 다만 유씨 부인만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 게지. 사실은 경성에 오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떴소.”
“......”
심화영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서늘한 느낌을 안고 저 멀리 음습한 밤빛을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낮게 물었다.
“삼황자의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어찌 오늘 와서 이리 배신을 하시는 겁니까?”
그 음성은 바람에 실려 싸늘히 파고드는 위압이 서려 있었다.
온성해는 즉각 분노에 치를 떨었다.
“난 며칠을 옥에 갇혀 있었소. 삼황자는 내가 무슨 죄도 저지르지 않았음을 뻔히 알면서도 유씨 부인의 허망한 모함 하나로 날 내팽개쳤지. 옥졸에게 수차례 전갈을 보냈으나 끝내 묵살당했소. 경성에 오기 전에는 내 일가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조했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하필 이런 일에 발을 들였겠소! 이제 와서 화영 낭자가 날 구해줬으니 나도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소!”
심화영은 온성해의 울분을 헤아렸다.
전생에 삼황자가 온성해를 끌어들여 교지를 위조하게 되는 건 훗날의 일이었다. 지금쯤 온성해는 그저 이용 가치가 있는 암수일 뿐, 책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에 지나지 않았으나 죽을 뻔한 일을 당하고서야 자기를 속으로 돌아보게 된 것이었다.
심화영은 시선을 바로잡고 온성해를 응시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저와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온성해가 놀란 듯 물었다.
“내게 무엇을 원하시오?”
머리 위엔 별빛이 가득했고 골목 밖에선 여전히 아우성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 선 소녀의 기세는 갓 계례를 치른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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