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1화
심화영은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거라.”
백세민의 표정이 묘하게 흔들렸다.
“저 아이는 평범한 시녀가 아니라 서장우의 양녀입니다. 옛날 선황제께서 서장우와 장공주마마의 인연을 끊어내실 때, 장공주마마가 성격이 곧아 눈에 티끌조차 용납 못 하는 점을 집어 서장우더러 이미 처자식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만드셨지요.”
심화영은 눈을 크게 뜨며 가슴속에 불길한 예감이 차올랐다.
“네 말은 서장우가 장공주마마께서 자신을 잊게 하시려 저 아이를 양녀로 삼고 친딸이라 속였다는 거냐?”
백세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장우가 세상을 뜬 뒤 진실이 차츰 드러나게 되었지요. 장공주마마는 진실을 알고는 저 소녀를 별원에 거두어 길러 주셨습니다. 어릴 적 강훈 전하를 탐탁지 않아 하시던 장공주마마께서는 도리어 저 아이를 친딸처럼 총애하시면서 거의 친혈육처럼 기르셨지요. 다만 이후엔 대부분 도화사에 머물러 있었으니 아가씨께서도 못 보셨던 겁니다.”
심화영은 마음이 복잡했다.
전강훈의 입장에서 장공주는 미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허나 장공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또 그렇게 단순히 미워하기만 할 수도 없다.
전씨 가문의 사정은 심화영 같은 외부인이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엉킨 실타래와도 같았다.
백세민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예전에 장공주마마께서 저 아이를 강훈 전하와 혼인시키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만약 전하께서 거절하신다면 직접 목을 매어 눈앞에서 죽어 버리겠다 하셨습니다. 지금 저 아이를 다시 불러낸 것은 십중팔구 그 때문일 겁니다.”
백세민은 마지막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심화영은 이제야 백세민이 미리 발끈하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를 알았다.
심화영은 무심히 시선을 옮겨 연둣빛 의상의 여인을 바라봤다. 마침 그 여인도 복잡한 눈빛으로 심화영을 뜯어보고 있었고 시선이 마주치자 피하기는커녕 턱을 가볍게 치켜들며 도전적인 기색을 드러냈다.
심화영은 코웃음을 흘리며 말을 아꼈다.
허나 장공주의 눈길은 오히려 심화영에게 고정되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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