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화
말을 마친 장공주의 시선은 곧장 심화영의 얼굴에 떨어졌다.
백세민은 손바닥에 땀을 쥐면서 혹여 심화영이 크게 노하여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내뱉을까 봐 두려웠다.
허나 정작 들려온 건 맑은 웃음이었다.
“당연히 소실도 열둘은 있어야겠지요. 영안 공주 하나로 어찌 족하겠습니까?”
심화영은 장공주 원해선을 향해 곁눈질하며 말을 이어갔다.
“참으로 뜻밖입니다. 장공주마마께서 아드님에게 여인을 찾아 주시면서 고르고 고른 곳이 삼황자 전하의 저택이라니요. 과연 황실의 일원은 남다르십니다. 어느 곳을 가시든 마치 제 집인 듯 누리시니 심씨 가문 여식인 저와 왕부의 강훈 전하와는 많이 다릅니다. 저희는 황실의 문턱을 넘을 땐 언제나 전전긍긍했지요.”
그 말투는 반역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결코 곱지도 않았다.
“게다가 지금 강훈 전하께서는 운주에 계십니다. 운주는 군란, 도적 떼, 역병이 겹쳐 들끓는 땅이지요.”
말을 이으며 심화영은 영안 공주를 힐끗 보더니 비웃었다.
“구차하게 영안 공주 한 명으로 강훈 전하의 무덤을 채울 수 있겠습니까? 장공주마마께서는 다시금 궁에 나아가 폐하께 더 마음을 써 달라 청하심이 옳을 듯합니다.”
장공주는 낯빛이 창백하다 못해 잿빛으로 물들더니 탁자를 치며 일갈했다.
“심화영!”
“소녀가 무슨 잘못된 말을 하였습니까?”
심화영은 요지부동한 자태로 눈가엔 서슬 같은 빛이 번뜩였다.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강훈 전하와 이 영안 공주 사이에서 장공주마마께서는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심화영!”
장공주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장공주는 근래 심화영이 보여 온 태도라면 감히 이런 대담한 말은 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여 오늘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영안 공주를 드러내어 그녀를 눌러 앉히려 했던 것이었다. 허나 뜻밖에도 심화영은 곧장 날을 세워 되물으며 장공주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말로는 영안 공주와 전강훈 사이의 문제를 묻는 듯했으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었다. 이는 돌려서 던진 조롱으로 전강훈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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