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2화
방준서는 눈을 끔뻑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 인적이 드물 때, 두 사람은 성 밖에 나타났다. 옷은 젖어 축축했고 바람이 불어오자 약간 추웠다.
방준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핑계를 대며 말했다.
“장작이라도 좀 주워 불을 쬐고 가는 게 어떻소?”
심화영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송군천리 종유일별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부디 슬퍼 마십시오. 우리 저 건너편에 있는 작은 농가로 갑시다. 그곳에 제가 잠시 머물 수 있는 작은 집이 하나 있으니 모든 준비를 마치면 그때 떠나십시오.”
방준서는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시려오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농가로 향했고 심화영은 익숙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텅 빈 집 안에는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방준서는 휑한 집 안을 둘러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당당한 후작 댁의 따님께서 어찌 이런 외딴곳에 초라한 농가 따위를 마련해 두셨소?”
심화영이 답했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에요. 유씨 부인이 잦은 병치레로 고생하셨는데 약포에서 지어온 약이 영 효험이 없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제가 직접 연남산에 올라 약초를 구해다 드리곤 했습니다. 간혹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때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곤 했지요.”
그녀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히 말했지만 그 말엔 처연함이 스며 있었다. 그동안 진심으로 바쳐온 모든 마음이 결국 허망하게 흩어졌기 때문이다.
유씨 부인은 이미 미쳐버렸고 이제는 그녀의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심화영은 함부로 살생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전처럼 그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방준서는 그녀를 보며 순간적으로 그녀도 자신과 똑같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갑자기 말했다.
“내 여동생이 살아 있다면, 낭자와 같은 나이쯤 되었을 것이오. 다만 어떤 성격일지, 어떻게 생겼을지 모르겠구려...”
그는 눈을 내리깔았고 눈가가 붉어졌다.
심화영은 그를 보며 말했다.
“그분이 살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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