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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주위는 쥐 죽은 듯 고요했고 피비린내가 짙게 감돌았다. 심화영은 손에 쥔 검을 툭 내던지고 마치 닭 한 마리 잡은 것처럼 태연하게 손가락에 묻은 피를 닦았다. “...” 사방에서 들려오는 건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아무도 심화영이 이렇게 돌연 칼을 휘두를 줄은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눈빛과 손놀림은 마치 수많은 생명을 베어온 살수와도 같아 지금껏 악인들과 부딪히며 살아온 노덕환조차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심철호 역시 멍하니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집안의 셋째 딸인 심화영은 자라면서 규방을 벗어난 적이 없고 가장 큰 일탈이라 해봤자 삼황자와 얽힌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오직 심진성만 두 눈이 반짝였다. 그는 팔짱을 낀 채 한쪽에 기대어 서서 구경하고 있는데 눈길이 심화영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수많은 별빛이 그녀에게만 쏟아지는 것처럼. 대황자 원시경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심화영을 보는 눈빛이 복잡하기 그지없어 미간이 깊이 패 들어갔다. 모두가 침묵한 채 시간은 무겁게 흘렀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홍철의 찢어질 듯한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심화영!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그의 핏발이 선 두 눈은 붉게 물들었고 온몸이 덜덜 떨려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심화영을 찢어버리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다. 그러나 심화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피 묻은 손수건을 툭 내던지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손 상서, 서두르지 마시지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그녀의 시선은 심철호가 들고 있는 목함으로 향했다.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보물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병서와 기문둔갑술은 세상에 둘도 없는 무가치한 것이거늘, 오늘 손 상서와 삼황자 전하께서 그냥 가려 하신다면 피를 흘리지 않으시고는 어려울 것입니다.” “나에게 또 뭘 더 바라느냐!” 손홍철은 두 눈을 부릅떴고 온몸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잇따라 죽은 탓에 그의 가슴은 찢기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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