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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노덕환은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손홍철은 그의 그런 태도를 보자 까맣게 멍울진 피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올 뻔했으며 눈에 불을 켜고 고함을 질렀다. “노 장로님, 심씨 가문이 천하를 쥐락펴락하게 둘 작정입니까?” 노덕환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 일은 나라고 어찌할 방도가 없소. 결국 사람의 목숨이 가장 큰 법이지. 게다가 그대들이 불태운 것은 심씨 가문의 유물이라 하지 않았소. 심씨 가문 유물의 주인은 선황과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으니, 이 소식이 폐하의 귀에 들어가면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을 것이오.” 애초에 그는 얻어낼 것이 있으면 얻고, 아니면 발을 뺄 생각으로 따라온 것뿐이니 목숨까지 걸고 싶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화영 낭자는...’ 노덕환은 그녀를 곁눈질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두려움이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손홍철은 더는 어쩌지도 못한 채 이를 갈며 심화영을 노려보았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증오가 활활 불타올랐다. 그러나 심화영의 눈빛은 맑고 흔들림이 없었다. “한 시진을 드리겠습니다. 그 안에 금을 내놓지 않으시면 손 상서와 삼황자 전하의 머리를 이곳에 두고 가야 할 것입니다.” 그 말에 노덕환마저 낯빛이 확 변하며 소리쳤다. “화영 낭자, 손 상서는 그래도 조정의 정삼품 대신이오!” 심화영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흘렸다. “저에게는 천자라 한들 소용없습니다! 오늘 밤 손씨 가문의 계략이 성공했다면 우리 심씨 가문은 모조리 멸문지화를 당했을 것입니다. 이제 와서 대충 덮어 넘기려 한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 노덕환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그 또한 오늘 밤 심씨 가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따라왔다. 그렇게 되면 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고 삼황자가 무너진다면 전강훈이 운주에서 사고를 당하더라도 황위에 위협이 될 이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손홍철이 수 한 수를 잘못 두어 결국 심화영의 손에 걸려든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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