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예전의 심화영은 소란스러운 성격으로 매번 백세민과 전강훈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지만 어린애였기에 듣기 싫은 말을 하긴 했어도 크게 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다.
허나 오늘의 그녀는 조금 달랐다.
백세민은 심지어 심화영의 몸에서 지옥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듯한 살기를 느껴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전강훈은 어릴 적부터 전장을 누비며 생과 사를 오가는 곳에서 자랐기에 그에게서 살기가 느껴지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허나 심화영은 아직 어린 소녀일 뿐이었고 그녀가 했던 가장 도가 지나쳤던 행위는 전강훈을 버리고 삼황자한테 마음을 준 것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고 있으니 백세민은 머릿속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아픔을 참고 있던 단향이 정신을 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당장 나가세요!”
“아, 죄송합니다!”
백세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까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지만 밖으로 나가자 부끄러워서 고함을 지르던 단향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백세민은 방금 본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갑자기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방에 들어갈 때 단향이 안에서 약을 바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백세민은 심화영의 모습에 놀랐던 터라 눈으로는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딴생각하고 있었기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었다.
허나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밀려오는 민망한 감정 속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도 섞여 있었다. 백세민은 처마 밑에 서서 점점 뜨겁고 빨개지는 귀를 긁적이고 있었다.
방 안에서 심화영은 단향을 위로했다.
“다들 가족이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생사 앞에서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단다. 백세민도 일부러 들어온 건 아닐 거다.”
단향의 창백한 얼굴에 약간 홍조가 번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가씨께서 크게 다친 후 깨어나시더니 딴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심화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는 내가 미안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