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너, 뭐라고 했느냐?”
송연정이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소리쳤다.
“심화영, 네가 감히 나더러 계집종 노릇을 하라고?”
후작 댁에 들어온 뒤로 그녀는 줄곧 ‘후작 댁 둘째 아씨’였다. 입는 옷, 먹는 음식, 쓰는 물건, 그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심화영이나 심여진과 똑같았고 때로는 오히려 심화영보다 더 우위에 있었다.
손에 들린 네 명의 계집종을 부리며 집안에서는 콧대를 세웠고 바깥에선 으스대기를 밥 먹듯 했다. 그런 날들이 너무나 당연했고 익숙했는데 이제 와서 계집종이라니? 그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송연정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심화영을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심화영은 그깟 증오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온갖 추악한 인간 군상들을 겪어온 그녀에게 송연정의 얄팍한 분노는 그저 우스웠을 뿐이다.
“제가 시켜서가 아니라 언니는 원래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처지예요.”
심화영은 냉정하게 말을 내뱉었다.
“어머니 배 속의 아이만 아니었으면 언니 같은 건 우리 후작 댁 계집종 신발 끈 매는 것도 아까워요. 여기 남고 싶으면 언니가 어떤 신분인지 똑똑히 새겨둬요.”
같이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심화영은 송연정이 무엇을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무엇을 가장 신경 쓰는지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뿌리부터 천한 출신이었다. 그래서 죽어라 기어오르고 싶어 안달이었고 조금만 대접받으면 마치 자신이 진짜 귀한 집 자제인 양 행동했다. 주변에서 떠받들어주니 어느새 진짜로 자신이 고귀한 존재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예전엔 유씨 부인과 짜고 심철호에게 족보에 이름을 올려달라 졸라댄 적도 있다. 심지어 이름까지 ‘심연정’이라고 고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송연정이 이제 고작 계집종 신분으로 떨어져 남의 심부름이나 하라니, 어찌 순순히 받아들일까?
게다가 송연정은 평소 계집종을 아주 험하게 다뤘다. 후작 댁 둘째 아씨라는 지위를 내세워 하녀들을 툭하면 때리거나 욕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심화영이 과거 송로에게 툴툴거리던 것도 다 송연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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