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심화영의 눈가엔 싸늘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 그 웃음엔 살기와 냉기가 번뜩여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송연정은 그녀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심화영, 나와 너는 그래도 자매 사이였는데...”
“네까짓 게 무슨 자매냐!”
심화영은 그녀의 말을 딱 잘라 끊어버리고는 고윤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 번거로우시겠지만 한 말씀 전해주시지요. 오늘부터 송연정은 저희 집안의 계집종입니다. 뒷마당과 뒷간을 쓸고 닦는 일, 유씨 부인을 돌보는 일도 맡기고자 합니다. 앞으로 송연정을 두고 ‘둘째 아씨’라고 운운하는 자가 있다면 그 즉시 후작 댁에서 쫓겨나는 줄 아십시오.”
고윤희는 멍하니 심화영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눈치챘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송연정이 집안에서 사고를 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몇 해 전엔 집안 물건을 몰래 훔쳐다 팔거나, 심진성이나 심태진의 침소에 기어들 궁리를 하던 것도 들켰었다. 그런 천한 짓을 하고도 그때마다 가장 먼저 그녀를 감싸던 것이 바로 심화영이었다.
‘설마 그럴 리 없다’며 심화영은 연정을 두둔했고, 도둑질조차 ‘좋은 물건을 본 적이 없어 그랬을 뿐’이라며 변명했었다. 그리곤 자기 옷과 장신구, 귀한 물건들을 연정에게 주며 ‘세상 물정 좀 익히라’는 듯했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그녀보다 더 매몰차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변화였으나 고윤희에겐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본래부터 연정을 쳐낼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그녀다. 덕분에 바로 옆에 서 있던 계집종 난옥에게 명을 내렸다.
“난옥아, 방금 화영이가 한 말을 집안 식구들 전부에게 빠짐없이 전하거라.”
“예, 마님!”
난옥은 실실 웃으며 송연정과 유씨 부인을 노려보더니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엔 한껏 기세가 올랐다.
송연정은 몸을 부르르 떨며 심화영을 노려보았다. 눈빛은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고 그 속엔 독이 바짝 올라 있었다.
“심화영, 날 그렇게도 미워하는 거냐?”
심화영은 코웃음을 쳤다.
“미워한다고? 예전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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