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경성에선 제약당의 최 의원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 지경이었다. 태의원 원정을 제외하면 그와 견줄 수 있는 자가 없다 했다. 특히 부인과 아이들 병에 능하였고 태맥을 짚어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맞히는 데 귀신같았으며, 심지어는 태아의 위치를 바꾸는 ‘전태’도 가능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경성의 집안이라 함은 하나같이 권세와 부를 자랑하니, 대를 이을 튼튼한 사내아이를 바라는 마음은 어디나 다 같을 터였다. 그러니 그런 최 의원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전생엔 심화영 역시 이 사람의 신묘한 의술에 반해 그를 존경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훗날 그녀는 삼황자의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최 의원이 얼마나 수상한 인물인지.
남녀의 성별을 태맥으로 안다 한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뿐이었다. 이론상, 태음이면 아들, 태양이면 딸이라 하나, 그건 정말 태맥을 아는 자 중에서도 뛰어난 자가 겨우 짚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귀부인에게는 직접 손을 잡지 않고 실을 하나 건넌 후 그 실로 맥을 짚는 법이었으니 오차가 클 수밖에 없었다.
헌데 이 최 의원은 그 실 너머로도 아들이네, 딸이네를 단정 지었다. 그건 무공, 아니 내공을 써야 가능한 일이었다.
보통 경성의 의원들은 오로지 의술에만 매진하지, 내공을 닦을 여유는 없었다. 그런데 최 의원은 예외였고 무공을 익혔던 것이다.
하지만 삼황자가 그를 곁에 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가 남모를 용도로 기이한 약을 짓는 데 능했기 때문이다.
심화영은 유씨 부인의 배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이미 짐작이 섰다.
그녀는 고윤희에게 작게 속삭였다.
“유씨 부인의 배 속에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아직 모릅니다. 최 의원은 소문만큼 신통한 인물은 아닙니다.”
“그럼 다른 의원을 불러다 한번 더 진찰해 보는 것이 어떠냐?”
고윤희가 물었다.
심화영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유씨 부인이 저리도 확신을 가지고 말하고 오후 내내 밖을 돌아다닌 걸 보면 미리 손을 써놨을 겁니다. 우리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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