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유씨 부인은 심철호의 성미라면 자신이 아들을 가졌다고 주장한 이상, 분명히 그 말에 혹해 고윤희를 꾸짖고 자신을 감싸줄 줄 알았다.
지난번만 해도 그랬다. 유씨 부인이 약을 타서 억지로 그와 관계를 맺은 일이 밝혀졌건만 증인도 없는 상태에서 갓난 심화영을 안고 후작 댁으로 들이닥쳤을 때, 심철호는 끝내 아이를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 성격을 유씨 부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년 동안 줄곧 그 약점을 파고들어 원하는 걸 얻어냈다. 그래서 이번에도 틀림없이 먹힐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막 심철호에게 매달리려는 순간, 그의 발길질 한 번에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심철호의 얼굴엔 노기가 서려 있었다.
“감히 그 입으로 무슨 헛소리를 내뱉는단 말이오! 자네가 예전에 나를 함정에 빠뜨렸을 때도, 나는 그저 화영이를 생각해 너를 곱게 넘겼소. 그 뒤로 수년 동안, 후작 댁에서 자넨 부인 못지않게 누릴 걸 다 누렸지. 심지어 자네 친정 조카딸까지 이 집에 들여와서는 감히 후작 댁 둘째 아씨란 이름으로 호의호식하게 만들었잖소! 그런데 자넨!”
“화영이를 모함하는 것도 모자라 온성해와 짜고 나를 해치려 들었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감히 배 속의 아이가 내 아이라 우기며 구차하게 굴다니? 자넨 여기저기 들러붙는 천박한 여자일 뿐이오. 듣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
말을 끝낸 심철호는 더는 쳐다보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유씨 부인은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 섰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돌아오며 속으로 외쳤다.
‘그렇지, 온성해!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심화영과 고윤희와 기싸움하느라 가장 중요한 약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 일을 어쩌지?’
그녀는 기어가듯 심철호 뒤를 쫓았다.
“대감, 아닙니다! 부디 제 말 좀 들어주십시오! 온성해란 자는 그저... 제가 순간 화가 나서 말이 헛나왔을 뿐입니다! 저는 그자와 아무런 사사로운 관계도 없었고, 후작 댁에 들어온 뒤로는 마음 한 자락도 대감 외엔 둔 적이 없습니다! 전 오직 대감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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