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지난달입니다! 바로 지난달 일이에요!” 유씨 부인은 황급히 대답했다. “그럼 어찌 진작 말을 안 했소!” 심철호가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쳤다. 사실 그도 지난 몇 해 동안 유씨 부인의 방에 들락거리긴 했지만 진득하게 함께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필이면 지난달 그날 밤, 유씨 부인의 생일이라 어찌어찌 끌려 들어갔다가 결국 그렇게 된 것이다. 그땐 그냥 뭐 어차피 자신의 여자인데 한 번쯤은 괜찮겠지 싶어 마음을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감히 그 계집이 이 지경까지 일을 키울 줄이야. 자기 조카딸을 데려와 후작 댁 둘째 아씨 행세를 시키질 않나, 왕부 잔치판에서 추태를 부리게 하질 않나. 덕분에 지금 경성 안 사람들 입에 오르게 되었다. ‘후작 대감이 유씨 부인한테 뿔이 났다더라’, ‘유씨 부인이 바람났단다’하면서 말이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졌고 이 와중에 배까지 불렀다고 하니... 심철호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밖으로 나가면서 다시 유씨 부인을 쳐다봤는데 눈빛에 의심과 혐오가 가득했다. 그 눈빛을 본 유씨 부인은 덜컥 겁이 났다. 그녀는 말을 더듬거리며 변명했다. “그, 그게... 초삼 개월까지는 몸이 약해 유산이 잘 된다 하여... 혹시 누가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숨기고 있었습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 고윤희가 기가 막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집안에서 유씨 부인한테 해를 끼칠 수 있는 여자가 누군데? 그 말은 자기밖에 없다는 소리 아닌가. 감히 똥물을 뒤집어씌우다니. 유씨 부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그... 그런 뜻은 아니고... 다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몇 해를 대감 곁에 있었는데, 저도 대감의 아들을 하나쯤은 낳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온성해라는 자와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왕부에서 일이 그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엉뚱한 말을 내뱉은 것뿐입니다. 만일 그걸로 저를 벌하시려 한다면, 그건 비단 저만의 죄가 아니옵고 후작 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