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심화영은 아버지 심철호의 말을 듣고 몹시 민망해하며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전 삼황자와는 앞으로 아무런 연이 없을 것입니다. 설령 다시 얽히게 된다 해도 그것은 피를 나누는 연이 아니라 원수의 인연이 될 것입니다. 그에 대한 일이라면 백세민도 알아도 괜찮사옵니다.”
심철호는 그 말을 듣고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였다.
“과연 네가 그걸 해낼 수 있겠느냐?”
그가 기억하기로 심화영은 일곱, 여덟 살 무렵부터 삼황자를 향해 수줍지도 않게 좋아한다며 떠들고 다녔다. 어느덧 칠팔 년이 지났지만 그 깊이 박힌 마음이 하루아침에 끊어진다니?
심화영은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러웠으나 꾹 참고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철이 없었습니다. 유씨 부인과 송연정이 제 곁에서 오랜 세월 귓속말로 삼황자를 찬양하고 명양왕을 헐뜯었기에, 저도 모르게 삼황자가 훌륭한 줄로만 알았지요. 제 마음이 진정한 사랑인 줄 착각했을 뿐입니다.”
심화영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망설였고 이내 볼이 붉게 물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전 명양왕께서 어떤 분이신지 압니다. 저를 무척 아껴 주시고 몸을 던져 지켜 주신 분이잖습니까. 그런 분을 어찌 공경하고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그분과 함께라면 앞으로 평생 살아가고 싶사옵니다.”
이 말을 들은 방 안의 세 사람은 순간 말이 막혀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고윤희가 감탄 섞인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화영이가 다 컸구나...”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명양왕이 좋은 인연인 것은 맞지만 장공주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다. 너도 이제 혼례를 앞두고 있으니, 전하 쪽에서 별다른 말씀이 없다면 곧 정혼 이야기가 다시 나올 게야. 그동안 유씨 부인 밑에서만 자라서 익혀야 할 것들을 많이 놓쳤지.”
“고로 내일부터는 큰언니 따라 수화당에 가도록 해라. 거기서 거문고며 바둑이며 서화, 예절까지 배워야 한다. 집안에 있을 땐 몰라도 궁에 들어가면 장공주가 너를 곱게 보지 않으면 어찌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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