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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음 날. 아주 일찍 깨어난 송해인은 녀석들에게 입맞춤을 하며 직접 두 아이를 깨운 뒤 함께 아침을 먹고 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그저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못했던 5년 동안 바로 이런 상상 하나로 버텨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한은찬의 도움이 필요했다. 송해인은 한은찬이 욕실에서 나오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는 아침에 목욕하는 습관이 있었다. “은찬아, 내 옷장에서 준서와 진희가 좋아할 만한 옷들 좀 골라줄래?” 송해인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달콤하게 말했다. “옷 갈아입고 나서 우리 같이 아이들 깨우러 갈까?” 두 아이의 삶에 무려 5년이나 없었으니 서서히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가야 했다. 준서와 진희에게 자신이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는지 보여주고 싶었고 앞으로는 절대 그들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한은찬은 잠시 멈칫한 후 송해인 쪽으로 다가왔다. 송해인은 그의 몸에서 나는 샤워젤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달콤하고 과일 향이 섞인, 분명히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향이었다. 송해인은 눈빛이 살짝 차가워졌다. 예전의 한은찬은 한 브랜드의 박하 향 샤워젤만 사용했다. 한 번은 그 제품이 품절되자 송해인이 다른 향을 골라 사줬다. 그때 한은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음 날 욕실 쓰레기통에 개봉도 하지 않은 샤워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임지영 때문에 습관까지 바꾼 걸까? “해인아.” 한은찬의 익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송해인은 정신을 차렸다. 한은찬은 송해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안한 듯 말했다. “사실 아이 둘 다... 특히 진희는 원래 겁이 많아. 어젯밤에도 몰래 내게 말하더라. 네 지금 이런 모습이 너무 무섭다고.” 송해인의 미소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친엄마잖아...” “그럼, 그건 누구도 바꿀 수 없어.” 한은찬은 부드럽게 달랬다. “내 말은 너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휴식이야. 일단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잠시만 기다렸다가 준서와 진희 곁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송해인은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은찬은 한숨을 내쉬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송해인의 말을 끊었다. “해인아, 너는 5년 동안이나 아이들 곁에 없었어. 지금 아이들에게 너는 낯선 사람처럼 보일 거야. 아이들에게 시간을 좀 줘.” 송해인은 한은찬의 위선적인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었다. 만약 한은찬이 정말로 그녀를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여겼다면 지난 5년 동안 두 아이에게 그녀가 얼마나 그들을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녀가 왜 식물인간이 되었는지를 말해줬을 것이다. 준서와 진희는 송해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점이나 다름없다. 피를 나눈 가족인 만큼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송해인을 두려워하고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은찬은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임지영이라는 그 년이 이 틈에 그녀의 자리를 대신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송해인은 이불 속에 숨긴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꽉 꼬집으며 무너질 뻔한 감정을 간신히 추스렸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송해인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은찬은 그녀의 순종에 매우 만족한 듯했다. “착하네.” 강아지나 고양이에게나 할 법한 칭찬에 송해인은 속이 울렁거렸다. 한은찬은 송해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약속했다. “나도 준서와 진희랑 잘 이야기해볼게. 아이들이 빨리 너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송해인은 희미한 눈빛으로 한은찬을 바라보며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여보, 당신이 최고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조용히 바라보던 한은찬은 잠시 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나는 준서와 진희 깨우러 가볼게.” 문 앞에 다다른 한은찬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아보았다. “아, 그리고 아줌마를 불렀어. 오늘부터 와서 널 돌봐줄 거야. 현숙 아줌마는 2년 동안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어. 아주 책임감 있는 사람이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하면 돼.” 송해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방문이 닫힌 후 송해인의 얼굴에 있던 부드러움은 완전히 사라졌고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만 남아 있었다. 송해인은 직감적으로, 한은찬이 그녀가 두 아이와 접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유현숙이라는 여자는 송해인을 돌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감시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아래층 식당. 준서와 진희는 나란히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가끔 계단 쪽을 돌아보던 준서는 참지 못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아빠.” “응?” 핸드폰 메시지를 보고 있던 한은찬이 고개를 들자 준서는 입술을 달싹이며 조금 민망해했다. 엄마라고 부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왜 아직 아래층에 안 내려오셨어요? 우리랑 같이 아침 먹는 거 아니에요?” 오늘 아침, 가장 멋진 체크 무늬 재킷을 꺼내 입고 넥타이까지 맨 뒤 냄새 좋은 향수까지 뿌린 준서는 그 여자가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억지로라도 그녀 품에 안기면 넥타이를 만져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 감정을 숨기는 법을 잘 모르는 녀석은 얼굴에 실망스러운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은찬도 준서의 표정을 눈치채고 태연하게 말했다. “준서야, 엄마는 병원에서 금방 나왔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휴식이야. 엄마를 방해하지 말자. 아빠와 약속할 수 있지?” “네...”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대답한 준서는 버릇처럼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도 엄마랑 아침 먹고 싶진 않았어요.” 진희는 오히려 송해인을 덜 신경 쓰는 듯했다. “아빠, 나 배불러요. 지영 엄마는 언제 와서 우리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거예요?” “오늘은 안 와.” 한은찬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빠가 너희들 학교에 데려다줄게.” “왜요?” 진희는 기분이 상했다. “진짜 재미없어요...” 한은찬은 입가를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이제 시간이 다 됐으니 가방 챙겨. 아빠가 차 시동 걸어놓을 테니까.” 한은찬이 자리를 뜨자 준서가 진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진희야, 앞으로는 더 이상 지영 이모를 엄마라고 부르면 안 돼, 알았지?” 준서는 진지하게 진희에게 상기시켰다. “우리 엄마가 돌아왔어. 엄마가 다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는 걸 들으면 슬퍼할 거야.” 진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지영 엄마가 좋아. 그 여자 싫어. 나는 그 여자가 내 엄마가 되는 거 싫어!” 준서는 팔짱을 끼고 눈살을 찌푸리며 진희의 이름을 불렀다. “한진희.” 오빠가 화내는 걸 제일 무서워하는 진희는 혀를 홀랑 내밀며 마지못해 말했다. “알았어. 그럼 앞으로 그 여자 앞에서는 지영 엄마라고 안 부를게.” 준서는 그제야 만족한 듯했다. 가방을 챙기러 간 사이, 진희는 몰래 전화 시계로 임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바로 연결되었다. “진희야, 내 보물.” “지영 엄마, 오늘 왜 나 안 데리러 와요?” 진희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임지영은 잠시 침묵한 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미안해, 진희야. 네 진짜 엄마가 돌아왔잖아. 앞으로 지영 엄마는 너를 데리러 갈 수 없어. 그러면 네 엄마가 슬퍼할 거야.” 이 말을 들은 진희는 마음이 더욱 갑갑해졌다. 갑자기 돌아온 엄마 때문에 오빠에게 혼나고 앞으로 아침마다 지영 엄마도 못 보게 생겼다니... 정말 짜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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