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송해인은 선글라스 너머로, 잔뜩 찡그린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딸을 바라봤다.
아직 너무 어린 탓에 감정을 숨길 줄 몰라 기쁨과 화남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
진희의 세상에서는 임지영도 좋은 사람이었고, 한은미도 좋은 사람이었으며, 한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다 가족이었다.
오직 그녀만이 그 세계를 침범한 이방자이자,‘나쁜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누구도 원망할 수 있어도, 진희만은 도무지 원망할 수 없었다.
진희는 고작 다섯 살, 그저 한씨 가문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일 뿐이었다. 그 아이가 자신을 미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진희야.”
송해인은 몸을 굽혀 다정히 말했다.
“엄마가 너한테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진희는 가시 돋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고, 송해인이 자신한테 화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 여자가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손찌검이라도 한다면 바로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해서 할아버지 댁으로 가 고발하고 아빠에게도 고발해 이 나쁜 여자를 쫓아낼 생각까지 해두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송해인의 목소리는 부드럽기만 했다.
진희는 허공에 휘두른 주먹이 포근한 솜에 닿은 것처럼 어딘가 어색해졌다.
“뭔데요?”
그는 입을 삐죽대며 투덜대듯 말했다.
송해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아이는 아이였다,금세 다른 화제에 집중하는 걸 보니.
“학교에서 누가 환희를 괴롭히고 얼굴을 때린다면, 진희도 때려서 갚아줄 거야?”
송해인은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진희는 고민도 안 하고 곧바로 작은 주먹을 움켜쥐더니, 힘차게 허공을 내질렀다.
“당연하죠, 그럼 전 이렇게 한 방에 쓰러뜨릴 거예요!”
송해인은 그 대답에 매우 만족했다.
그래, 그래야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진희야, 엄마는 그냥 지금 네가 한 행동과 똑같았어.”
그녀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부어오른 뺨을 드러냈다.
진희는 숨을 삼킨 채 얼어붙었고, 준서도 놀란 듯 앞으로 다가왔다.
준서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고 단번에 사건의 인과관계를 이해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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