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겨우 식사를 끝냈다.
서나빈은 배가 터질 듯했다. 82년산 와인도 몇 잔은 더 마셨다.
둘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을 때, 지형우는 끝까지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지만 서나빈은 거절했다.
“굳이 안 그래도 돼. 나 내일 출장이야. 이따가 약속도 있고. 그리고 기억해. 나 깔끔 떠는 거 알지? 차 더럽히지 마.”
더럽히지 말라는 세 글자가 묘하게 울렸고, 서나빈의 가슴팍을 톡 쏘듯 찔렀다.
서나빈은 더 독한 말을 꾹 삼켰다.
술을 두 잔 더 마시긴 했지만 헤롱댈 정도는 아니었다. 이성은 아직 위에 있었고 오늘 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선명했다.
지형우는 말을 잘 들었다. 그녀의 차 키를 받아 차에 올랐다.
“나빈아! 사랑해!”
운전석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지형우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서나빈은 그 말을 아주 조금은 믿었다.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미소만 지었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사랑은 싸구려다. 입만 열면 누구나 말한다.
지난 몇 년을 떠올리면 한때는 정말 사랑했었다. 물론 ‘한때’는 말이다.
지형우가 그녀의 차를 몰고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보며, 그녀의 눈이 흐려졌다. 고였던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녀는 소리 죽여 흐느꼈다. 샘솟듯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걸레! 쓰레기!”
이를 악물고 낮게 쏟아냈다.
마음의 상처는 누군가가 칼로 천천히 그어 놓은 것처럼 벌어졌고, 피는 조금씩 번져 온몸을 잠식해 갔다.
그녀는 벽에 기대 얼굴을 눈물로 적셨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눈물마저 말라 버린 것 같았다.
감정을 가다듬고 손을 뒤로 넘겨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돌아섰을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를 보고 서 있는 윤시헌과 마주쳤다.
서나빈은 급히 눈을 돌리고 눈가를 미친 듯이 훔쳐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
“...너.”
윤시헌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눈빛이 흐릿했고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듯했다.
“서나빈?”
반쯤 감긴 눈. 술에 취한 듯 흐릿한데, 테 없는 안경 아래의 그는 여전히 차갑고 품위 있어 보였다.
서나빈은 고개를 돌려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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