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윤시헌이 엄지와 검지로 서나빈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눈빛은 물기 어린 부드러움으로 그녀를 더듬었다.
“난 또...”
“내가 그렇게 짐승처럼 보여?”
“네, 그렇게 보여요...”
서나빈은 최대한 점잖게 말했다.
처음 윤시헌의 집에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진짜 짐승 같았다. 분명히 그만하자고 했는데도 멈추지 않았고, 한 번 또 한 번... 마치 약이라도 먹은 듯, 아니면 그게 그의 특기였는지 쉽게 멈추지 못했다.
“...”
윤시헌은 손을 놓았다. 첫날 그녀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준 게 분명했다.
서나빈은 몰랐다. 그녀가 힘들어 누워 있을 때, 그는 멈추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감각이 그를 더 괴롭혔다. 그래서 그 후로는 어떻게든 부드럽게 하려고 애써 왔다.
그가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금빛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서늘함이 살포시 스며드는 듯했다. 그는 안경을 다시 쓰고 꽃을 안아 들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거절당했으니 또 화내려나? 제발 화내지 마요. 정말 달래기 힘들단 말이야.’
“내가 더 노력해야겠네. 우리 마님께서 먼저 총애해 주시도록. 안 그러면 고기는커녕 국물도 못 먹고 배만 고프겠어.”
거실 어딘가에서 느긋한 목소리가 흘렀다. 대놓고 음담을 해도 어쩜 이렇게 점잖을 수 있을까.
서나빈은 그제야 한숨을 놓았다.
...
패션위크 종료.
백연희와 남서진이 먼저 예약해 둔 레스토랑으로 갔다. 윤시헌과 심지원은 다른 차에서 서나빈을 기다렸다.
백스테이지.
서나빈은 민서율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을 좀 넘겼고, 급히 밖으로 나오며 윤시헌에게 전화를 걸었다.
막 연결되었을 때 소정연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 시각 윤시헌은 심지원과 상의 중이었고, 편의를 위해 통화는 스피커폰으로 켜 둔 상태였다.
“나빈 씨.”
소정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네, 정연 씨.”
소정연은 서나빈보다 두 살 많았지만 훨씬 성숙해 보였고 일 처리도 침착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평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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