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소정연은 어수선하게 말려 들어가다 결국 분을 삭이지 못하고 떠난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겉으로 성을 드러내진 않았다. 감정을 매끈히 눌러 담은 태도, 손짓 하나에도 부러운 기품이 배어 있었다. 서나빈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방금 윤시헌에게 전화를 걸었던 걸 떠올렸다. “!!” 서나빈은 화면에 떠 있는 ‘남편’을 보고 흠칫했다. “다... 들었어요?” “나빈아, 돌아와서 수업 열어. 윤 대표가 사랑에 빠지는 법, 나도 듣고 싶거든.” 차 안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졌다. ‘윤시헌이 언제 이렇게...’ 서나빈은 허겁지겁 전화를 끊었다. ... 차 안. 심지원이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이 너를 힘들게 했어?” 윤시헌의 입가에는 웃음이 걸렸다. “다 시헌 씨 때문이에요. 연애운이 넘쳐서요. 저까지 따라다니는 썩은 연애운, 제가 치워야 하잖아요.” 지형우와 유민정의 일을 마무리한 뒤, 조용히 비밀 결혼이나 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윤시헌을 만나 버렸고, 그 뒤처리까지 그녀의 몫이 됐다. 여자를 상대하는 일이 남자보다 더 번거롭다. “요즘은 잘생긴 것도 죄야.” 윤시헌은 중얼거리며 뻔뻔할 만큼 자신만만한 얼굴로 뒷좌석에 기대었다. “이 험한 세상에서는 얌전히 계세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요. 사고 좀 덜 치고.” “언제 사고 쳤어요?” 심지원이 백미러로 그녀를 보며 어리둥절해했다. “지금도 나빈이가 뒷수습 중이잖아요.” 윤시헌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까지 웃긴 말도 아닌데, 운전석의 통통한 기사가 낮고 묵직한 웃음을 터뜨렸다. 유령의 집에서 튀어나오는 비명 같은 소리로 깔깔대니 모두가 덩달아 웃고 말았다. “하하...” ...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는 이미 밤 열 시가 넘었다. 윤시헌은 심지원과 몇 가지를 정리한 뒤 흩어졌다. 공항 앞에는 윤시헌과 서나빈만 남았다. 그때, 서나빈의 앞에 익숙한 남자가 서 있는 걸 그가 보았다. 윤시헌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비웃듯 눈을 내리깔았다. 굳이 끼어들지 않고 차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