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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강나연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성도현이 병상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윤서아에게 물을 먹여주고 있었다. 윤서아는 조금 전의 일로 약간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듯했지만 몸은 그저 가벼운 찰과상만 있었고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성도현은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강나연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동요 없이 그저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서아가 시나몬 디저트가 먹고 싶다네. 그건 네가 제일 잘 만들잖아. 병원 조리실로 가서 그거 하나 만들어 와.” 강나연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강나연에게 성도현은 어디가 아픈지도 묻지 않고 오히려 시나몬 디저트가 먹고 싶다는 윤서아의 한마디 때문에 사람까지 시켜 그녀를 수술대에서 끌어내 왔다. 수년간 쌓여 온 억울함과 고통, 그리고 절망감이 마침내 폭발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은 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를 내뱉었다. “성도현!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나 경매장에서 밟혀 죽을 뻔했을 때 넌 어디 있었는데? 네 눈에는 그 여자밖에 없었잖아! 지금 당장 수술받아야 하는 사람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가 고작 저 여자 먹고 싶은 거 만들어 달라는 거야? 그동안 나는 대체 너한테 뭐였어? 네 진짜 와이프는 나잖아! 왜 나를 이렇게까지 짓밟는 건데? 그래야만 속이 시원해?” 강나연은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얼굴에 묻은 핏자국과 섞인 눈물은 그토록 비참하고 처참했다. 하지만 성도현은 그녀의 꼴을 보면서도 조금의 흔들림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윤서아가 귀를 막으며 앙칼지게 말했다. “도현 씨, 너무 시끄러워요... 저 여자가 소리 질러서 머리 아프잖아요...” 성도현은 윤서아를 더 세게 끌어안더니 그녀의 귀를 막아주며 다정하게 달랬다.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강나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이미 재처럼 시커멓게 타 버린 강나연의 동공이 공허했다. 성도현은 마지막 인내심마저 잃은 듯,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쟤 냉장창고에 가둬 놔. 만들 마음이 생긴다고 하면 그때 풀어 줘.” 경호원들이 즉시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강나연의 몸부림과 울부짖음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그녀를 병원 의약품 저장용 저온 냉장창고로 끌고 갔다. 냉장창고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영하의 온도가 순식간에 강나연을 감쌌다. 상처에서는 수많은 얼음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고 채 응고되지 못한 피가 흘러내렸다. 내부 출혈은 더욱 심각해져만 갔고 강나연은 점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끝없는 절망과 추위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이렇게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지던 그때, 살고자 하는 본능이 그 미천한 자존심을 이겨냈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문 옆으로 기어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철문을 두드리며 울먹였다. “만들... 게요... 만들게요... 내보내 줘요...” 냉장창고의 문이 열렸다. 그녀는 넝마처럼 끌려 나와 병원 조리실로 내던져졌다. 강나연은 엄청난 고통과 차가운 몸을 이끌고 마지막 남은 의지력으로 시나몬 디저트를 만들었다. 그녀가 떡을 병실로 가져왔을 때도 성도현은 눈길만 한 번 주더니 이내 손을 내저으며 경호원에게 말했다. “쟤 다시 수술 시켜.” 다시 수술대로 옮겨진 강나연은 마취제가 몸에 주입되는 것을 점차 잠에 들었다. 마지막 눈물 한 방울이 강나연의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성도현, 이제부터 너랑 나는 남남이야.’ ‘나도 다시는 널 사랑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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