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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다음날. 나는 준비를 마친 후 이도현에게 말했다. “나도 본가에 갈래. 우리 같이 가자.” 이도현은 내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금방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그러면 선물만 전해주고 다시 돌아오자.” 이도현은 내가 본가에 가는 것이 탐탁지 않겠지만 나도 마지막으로 가족들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내일이면 완전히 이곳을 떠나게 될 테니까. 강씨 본가. 정원으로 들어서니 벌써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강소원에게 축하한다며 미소를 건넸다. “분명히 네 그림이 1등일 거야. 난 장담해!” “당연하지. 소원이가 그린 그림인데.” 그들은 유명한 화가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그에 못지않은 그림이라는 다소 과장이 섞인 칭찬까지 보냈다. 강소원은 부끄러운 듯 웃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살짝 굳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언니는 안 온다더니 왔네? 요즘 많이 한가한가 봐?” 나는 그녀의 도발을 가볍게 무시하며 벽 한가운데 전시된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건 익숙하다 못해 나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 파는... 내 작품이었다. 몇 년 전에 완성하고 나서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었던 그림인데 왜 그게 강소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그녀의 그림이 되어 세상에 나온 걸까? 왜 내 그림이 강소원의 제롬 비엔날레 참가 작품이 되어버린 걸까? 강소원은 얼굴을 기울이더니 또다시 도발 가득한 말을 건넸다. “이 그림이 그렇게도 좋아? 눈을 못 떼네. 언니가 봐도 내가 잘 그렸지?” 나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강소원이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지 마!”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는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다. 배를 끌어안고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얼른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지유 네가 밀었어?” “소원이 임신한 거 몰라? 밀쳐버리면 어떡해!” “빨리 구급차 불러!” 질타 중인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뛰쳐나왔다. “소원아!” 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챘다. 그야 5년이나 한 이불을 덮고 산 남편이었으니까. 표정을 감출 노력도 안 하는 그의 얼굴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도현은 강소원의 몸 상태를 살핀 후 고개를 홱 돌리며 나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왜 애를 밀치고 그래? 소원이 임신했다고 내가 말했잖아!” 그때 강소원의 작품이 금상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도현은 화를 내다 말고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5년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미소였다. “이도현, 강소원의 그림이 왜 내 그림이랑 똑같아?” 이도현은 내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연의 일치겠지. 너희 두 사람은 원래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비슷하기도 했고...” 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다시 그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당 그림은 내가 갤러리 소장 창고에 넣어둔 것으로 창고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면 갤러리 소장과 이도현뿐이었다. 이도현의 실체를 몰랐으면 소장을 의심해보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정황상 이도현이 확실했다. 원래는 결혼 5주년 기념으로 이도현에게 이 그림을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다 의미가 없어졌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이도현은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건지 다시 평소 얼굴로 돌아와 내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지유야, 우리 이만 집으로 갈까? 가는 길에 바람도 좀 쐬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 요트 타러 가자. 나 너랑 일출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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