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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차에 오른 후, 이도현은 내일 데이트 코스를 읊어댔다. “생일 선물 기대해. 지유 네가 좋아할 만할 거로 준비했으니까. 그리고 아이는 우리 둘 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다시 생각해보자.” 나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차량에 막 시동이 걸렸을 때, 갑자기 이도현의 휴대폰이 울려댔다. 그는 전화를 받고는 난감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급한 일이면 가봐도 돼.” 내 말에 이도현은 망설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지유야, 나...” “괜찮아. 먼저 선착장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발신자가 누군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도현을 지금 이 시간에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홀로 요트에 올라탄 나는 의자에 앉아 강소원의 별스타를 구경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5분 전에 막 올린 고급 브랜드의 가방 사진과 그녀가 사진과 함께 올린 사랑이 가득 담긴 문구였다. [늘 나의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 항상 고맙고 사랑해!] 댓글은 그녀를 향한 부러움과 그녀의 남편을 향한 찬사로 가득했다. [언니, 너무 부러워요.] [저도 언니처럼 센스있고 멋있는 남자와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강소원의 가방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나의 시선은 가방이 아닌 강소원의 손목에 가 있었다. 그녀가 차고 있는 염주 팔찌는 이도현의 것이었다. 몇 년이나 봐온 팔찌이기도 하고 이도현이 주문 제작한 팔찌라 똑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이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강소원의 목소리였다. “늦은 시간에 전화는 왜 했어? 혹시 도현 오빠 찾아?” 강소원은 빈정거리며 피식 웃었다. “오빠 지금 씻는 중인데 바꿔줘? 물론 기대는 하지 마. 오빠는 오늘 집으로 안 돌아갈 테니까. 그러게 결혼을 했으면 다른 여자가 못 끼어들게 잘 잡고 있었어야지. 왜 기회를 줬는데도 못 받아먹어?” 나는 더 들을 필요 없겠다 싶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선장에게 말했다. “출발해주세요.” “대표님 없이 혼자 가실 겁니까?” “네, 오늘은 저 혼자 있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요트는 서서히 움직이며 어두운 해수면을 가로질렀다. 나는 갑판에 멍하니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닷바람은 차고 별빛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도현은 끝내 밤이 다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없었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지난 5년을 떠올렸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들이 유리 조각처럼 흩어져 나의 가슴을 찔러왔다. 나는 그에게 속은 줄도 모르고 5년이나 이도현만 바라보며 이도현이 주는 아늑함에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같은 멍청이가 따로 없었다. 동이 트려고 할 때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전화는 꺼져있는 상태였다. “그래, 마지막까지 이래야 내가 널 더 확실히 끊어내지...” 나는 통화 녹음과 그림을 그렸을 당시 녹화해뒀던 영상을 타임 설정한 후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요트 갑판으로 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을 한번 보고는 망설임 없이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그 시각, 이도현은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소원아, 나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지유랑 일출 보기로 했어.” 강소원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았다. “난 오빠가 오늘도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안 돼. 오늘은 지유 생일이잖아.”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이도현의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바다에 뛰어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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