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심가연은 도은아에게 우유를 가져다준 뒤,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아이를 돌봤다.
구재호는 방석 위에 앉아 신나게 블록을 쌓으며 놀고 있었고 심가연은 이 짧은 모자지간의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다.
심가연이 아들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자 가슴 깊은 곳의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날카로운 비명이 저택의 정적을 찢었다.
“어떡해? 내 목걸이가 없어졌어!”
도은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방 밖에서 울려 퍼지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심가연과 즐겁게 놀던 구재호는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문 쪽을 바라봤다.
밖에서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심가연도 구재호를 안은 채 안방에서 나왔다.
복도에는 이미 가정부들이 모여 있었고 도은아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도은아는 얇은 슬립 원피스 끈이 흘러내려 하얀 어깨를 드러낸 채, 구진성의 품에 기대어 흐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요염한 모습으로 매달린 도은아를 보는 순간, 심가연의 가슴이 알 수 없는 씁쓸함으로 저렸다.
“진성 오빠, 그건 오빠가 제게 준 선물이잖아요... 흑흑...”
도은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흐느끼며 눈물로 구진성의 셔츠 앞자락을 적셨다.
순간 충격에 휩싸인 심가연은 멍하니 제자리에 있다가 구재호를 꼭 안은 채 앞으로 나섰다.
“도은아 씨가 무지갯빛 날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요?”
두려움과 의심이 섞인 목소리에 품에 안긴 구재호는 흠칫 몸을 떨며 심가연의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
그제야 자기가 흥분한 걸 깨달은 심가연은 급히 구재호의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구진성이 미묘한 눈빛으로 심가연을 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무지갯빛 날개 목걸이는 아니에요.”
그제야 심가연은 놀란 가슴을 조금 진정했지만 오히려 더 의아해졌다.
구진성이 무지갯빛 날개 목걸이를 도은아에게 준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잃어버린 게 무지갯빛 날개 목걸이가 아니라니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은아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을 들고는 책상 위의 빈 상자를 가리켰다.
“분명히 여기다 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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