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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임다영은 눈앞에 있는 반지를 차마 받을 수 없었다. 이건 너무도 값비싼 물건이었고 무엇보다 그녀는 진짜 연시윤의 아내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할머니, 이미 전에 주신 옥팔찌가 있어요.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반지는 필요 없어요.” 그러자 박혜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그거랑 이건 다르지.” “뭐가 다른데요?” “옥팔찌는 대대로 내려오는 거라 연씨 가문의 뜻을 상징하지만 이 다이아몬드 반지는 시윤이가 너한테 주는 거야. 그건 너희 둘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부라는 증거지.” 박혜자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요즘 기자들이 얼마나 헛소문 퍼뜨리기를 좋아하는데 제대로 체면 세워주지 않으면 분명 말들이 나올 거다. 이런 건 절대로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임다영은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박혜자가 자기를 위해 이렇게까지 세세히 마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우면서도 어딘가 잔인하게 들렸다.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시윤아, 어서 다영이 손가락에 직접 끼워줘. 나도 좀 보자.” 박혜자의 재촉에 연시윤은 마지못해 임다영의 왼손을 들어 반지를 끼워 넣었다. 그 반짝이는 반지가 그녀의 손가락에 있으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은 듯 이질적으로 빛났다. 병원을 떠나자마자 연시윤은 임다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차에 오르려 했다. “잠깐만요!” 임다영이 다급히 그를 불렀다. “출발해.” 하지만 연시윤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 순간 임다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그녀는 곧장 차 앞으로 달려가 두 팔을 벌려 막아섰다. 차가 그녀를 그대로 박을 뻔하자 운전기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외쳤다. “대표님, 어떻게 할 겁니까? 정말 목숨 걸 작정인가 봅니다!” 연시윤은 살기를 띤 차가운 눈빛으로 차에서 내리더니 거칠게 임다영의 팔을 낚아챘다. 그러더니 그녀를 힘껏 옆으로 내던졌다. “임다영, 이번엔 또 무슨 연극을 하려는 거지?” 그대로 어깨가 바닥에 부딪혀 쓰라렸지만 임다영은 꾹 참고는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서 내밀며 말했다. “저는 그저 이 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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