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화
조건욱은 너무 오래 무릎을 꿇은 탓에 다리가 저려 절뚝이며 반쯤 몸을 임다영에게 기대고 있었다.
임다영은 힘겹게 그를 부축해 복도 쪽으로 걸어갔고 마침 뒤편에서는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젖은 모습이 꼴사나웠는지 조건욱은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다.
“하... 우리 둘은 마치 연시윤 몰래 연애하는 것 같지 않아?”
조건욱은 비틀거리면서도 느닷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연시윤이 그렇게 오해했겠네. 차라리 보상 삼아 내 여자 친구 해 주면 안 돼? 그럼 내 손해가 좀 줄 텐데...”
조건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다영은 손을 뿌리쳤다.
균형을 잃은 조건욱은 그대로 주저앉아 꽈당 엉덩방아를 찧고 비명을 질렀다.
“야, 다영 씨, 이 정도면 완전 살인 미수 아냐?”
“다시는 그런 농담 하지 마세요!”
임다영은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조건욱을 내버려두지도 못했기에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제가 연시윤을 화나게 해서 도련님까지 연루된 거예요. 게다가 예전에 저를 구해 준 은혜도 있는데... 도련님이 원한다면 제가 뭐든 다 갚을게요. 하지만 여친이라니... 그건 절대 불가능해요.”
조건욱은 조건욱은 어깨를 움츠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게다가 넌 정식 아내도 아니잖아. 이혼이라도 하면 그때 기다려 볼 수도 있는 거지...”
임다영은 단호했다.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사이에는 절대 가능성이 없어요. 제가 이혼을 한다 해도... 절대요.”
임다영은 조건욱에게 마음이 없을뿐더러 배 속에 아이를 품고 있었다. 그녀의 바람은 그 아이만 무사히 키워내는 것이 전부였다. 조건욱을 괜히 묶어 두는 건 서로에게 해로울 뿐이었다.
조건욱의 가슴은 서늘하게 식어 갔다.
‘간신히 마음에 든 여자가 생겼는데 세상이 이렇게 가혹하게 굴다니. 이게 다 과거에 너무 함부로 여자를 대했던 업보란 말인가.’
조건욱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하다가 마침내 중얼거렸다.
“사실 난 네가 순순히 연시윤과 이혼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네 마음이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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