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정찬수는 이런 자리가 익숙한 듯 들어서자마자 여러 사람에게 끌려다니며 인사를 나눠야 했다. 송가빈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구석에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것도 일인데 안 먹으면 괜한 손해였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몰라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송가빈 씨.” 송가빈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불청객임을 알아차렸다. 바로 식판을 들고 떠나려는데 임수연은 그녀를 놓치지 않고 계속 따라왔다. “송가빈 씨, 그렇게 절 만나고 싶지 않아요?” 송가빈은 헛소리로 들렸다. ‘그럼 만나고 싶겠어?’ 마침 지나가던 고서아가 송가빈의 길을 막아서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멈췄다. 임수연은 이때다 싶게 따라와 조용히 말했다. “송가빈 씨, 우리가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송가빈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쪽이 나한테 할 말은 사과나 감사 인사 둘 중 하나인데 난 어느 것도 듣고 싶지 않아. 한가하면 나한테 시간 쏟지 말고 가서 박동진이랑 연애질이나 해.” “하지만 송가빈 씨는 아직 지니와 합법적인 부부잖아요. 안 그래요?” 그 말에 송가빈은 임수연의 의도를 즉시 알아차렸다. 정식으로 아내 자리를 꿰차고 싶은 것이었다. 지난밤 임수연이 디징 타워에서 그 소동을 일으킨 건 시훈에서 사람이 제일 많고 번화한 곳에서 일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모님’으로서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를 잡아 송가빈에게 이혼을 강요할 생각이었다. 송가빈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수연이 그저 외모는 평범하지만 손이 예쁜 일반 직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똑똑하게 한 단계씩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임수연이 말을 이어갔다. “송가빈 씨, 처음에는 저도 그만하려고 했어요. 내연녀가 되고 싶지 않았고 그쪽 남편을 뺏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엄마로서 저는 괜찮지만 아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해해 주세요.” “뭘 이해해? 임신했다고 세상 모두가 그 쪽에게 양보해 줘야 하나?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