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송가빈도 확신할 수 없었다.
예전에 그녀는 한 번만 만지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까 손바닥이 뜨거워서 찬물로 씻어서 다시 확인해 보니 정찬수의 체온이 확실히 조금 높아진 것 같았다.
송가빈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감기약을 타드릴게요. 아프면 치료용으로 하고 아프지 않았다면 예방 차원으로 드세요.”
옆에 있는 향기가 또 사라졌다.
정찬수는 눈을 천천히 떠보니 송가빈이 조리대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표님의 방에 있는 컵을 방금 제가 사용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 방에 있는 새 컵을 가져올게요.”
송가빈은 총총걸음으로 뛰어나갔고 펑 하고 방문이 닫혔다.
정찬수는 일어서서 방금 그녀가 서 있던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매우 평범해 보이는 백자 머그잔에 아직 송가빈이 마시고 남은 약이 조금 들어 있었다.
갈색이고 컵에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방금 가빈 씨가 어느 손으로 머그잔을 들었더라?
오른손인 것 같아.
그래서 정찬수도 오른손으로 머그잔을 들고 방금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자리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 남은 약을 깨끗이 마셨다.
...
송가빈이 돌아왔을 때 정찬수는 여전히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다.
확실히 좀 아픈 것 같았다.
송가빈은 새 컵으로 약을 타면서 방금 자신이 썼던 컵을 바라보았다.
“내 약은? 조금 남았던 것 같은데?”
정찬수는 팔로 눈을 가리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방금 실수로 머그잔을 넘어뜨렸어요.”
송가빈은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러우세요?”
“조금요.”
“온몸이 으슬으슬 춥지 않아요?”
“조금 추운 것 같아요.”
이에 송가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열이 난 게 맞네요. 저한테서 옮겼네요. 이번에 제가 대표님께 빚진 걸로 할게요. 일단 약을 드시고 푹 쉬세요.”
정찬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요.”
“안 가면 안 돼요?”
“안 돼요. 이번에 서경시에 출장한 것도 사실은 이 자리를 위해서예요. 어제의 연회는 그냥 겸사겸사로 참석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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