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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송가빈의 가방 속에는 박동진에게 보여주지 않은 또 하나의 서류도 들어있었다. 그건 그녀가 사설탐정에게 의뢰한 임수연에 관한 자료였다. 임수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3년제 전문대에 진학해 간호학을 수료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호북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고 그녀의 남동생은 아무런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채 현재는 도박에만 빠져 있는 상태였다. 송가빈이 탐정으로부터 해당 자료를 건네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다른 무엇도 아닌 ‘왜?’였다. 임수연은 얼굴도 스펙도, 하다못해 집안까지도 별로인 여자였으니까. 그런 여자가 어떻게 박동진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지 손이 예뻐서라기에는 이유가 너무 빈약했고 15년이라는 시간이 이제는 지겨워서라기에는 박동진은 여전히 송가빈을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물론 진짜 마음이 뭔지는 박동진만 알겠지만. 박동진이 다시 돌아왔을 때 송가빈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차고는 물론이고 이 거실을 벗어난 적도 없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박동진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더니 미안하다는 얼굴로 송가빈을 바라보았다. “가빈아, 나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그때, 막 유자차를 만들어 온 도우미가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요즘 따라 회사 일 때문에 많이 바쁘시네요? 사모님은 제가 챙길 테니까 얼른 가보세요.” “그러지.” 박동진은 송가빈을 한번 끌어안은 후 빠르게 현관문을 나섰다. ... “사모님, 유자차 드세요.” 송가빈은 컵을 받아 들고는 도우미에게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마실게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들어가 보세요. 나도 금방 잘 거예요.” “그럼 꼭 다 드시고 자세요.” “네.” 도우미는 앞치마를 벗은 후 천천히 별장을 나섰다. 송가빈은 문이 닫히자마자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오며 유자차를 싱크대에 전부 다 버려버렸다. 그러고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채 밖으로 나갔다. 택시에 올라탄 그녀는 앞에 보이는 검은색 차량을 가리키며 기사에게 말했다. “저 차를 따라가 주세요.” 30분 후. 박동진의 차량이 후미진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1분도 안 돼 웬 여자가 아파트에서 나와 익숙하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임수연은 남자의 목에 자연스럽게 팔을 두르며 늘 그래왔듯 뜨겁게 입술을 부딪쳤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송가빈의 주먹이 덜덜 떨렸다. 마음의 준비를 그렇게나 많이 했는데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머리가 다 멍해지는 것 같았다. “손님, 앞차에 시동이 걸렸는데 계속 따라붙을까요?” “네, 따라가 주세요.” 송가빈은 기사의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10분 후, 박동진은 임수연과 함께 고급 라운지 바로 들어갔다. 임수연은 차에서 내리고 나서부터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줄곧 박동진과 팔짱을 끼고 있었다. 게다가 쉴 틈 없이 얼굴을 옆으로 기울이며 말을 건넸다. 3층에 있는 VIP룸 쪽으로 다가가자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형님.” “처음 뵙겠습니다, 형수님.” 임수연은 남자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란 듯 박동진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 “오늘은 내가 사기로 했잖아. 그런데 이런 비싼 곳으로 데려오면 어떡해.” 박동진은 겁먹은 토끼 같은 그녀가 귀여운 듯 피식 웃었다. “그럼 너는 어디가 좋은데? 또 먹자골목으로 가려고?” “솔직히 맛있었잖아. 거기라면 내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그럼 나는 또 새벽부터 30분에 한 번꼴로 화장실에 가야겠지. 다음 날 오후까지.” 임수연은 그 말에 입을 삐죽였다. “네 위장이 그렇게까지 나약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나는 어릴 때부터 잘만 먹었는데.” “형님, 형수님 같은 분이 진국이세요. 형님은 복 받으신 겁니다.” 직원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는데?” “몰라~” 임수연은 애교를 부리며 박동진과 함께 룸 안으로 들어갔다. ... 송가빈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어플로 택배를 예약한 그녀는 샤워를 마친 후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몇 시간 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 송가빈은 바로 옆에서 셔츠를 입고 있는 박동진을 보고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녀의 질문에 박동진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럼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데? 왜 남편을 자주 외박하는 사람으로 만들지?” “그야 너는...” ‘네 애인이랑 같이 있어야지.’ 박동진은 멍한 얼굴의 그녀를 보더니 갑자기 다시 침대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녀를 자신의 아래에 가두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나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아이 만들려고?” 박동진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송가빈의 입술을 그대로 탐해버렸다. 송가빈은 그를 거부하며 가슴팍을 힘껏 밀었다. “비켜봐.” 하지만 박동진의 눈은 이미 욕망에 잠식된 상태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나는...”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려댔다. 송가빈은 이때다 싶어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맞아요. 도착하셨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바로 내려갈게요.” 송가빈은 박동진을 밀어버린 후 그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흐름이 끊긴 박동진은 심기가 불편해진 건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누구야? 누군데 아침부터 전화야? 목소리 들어보니까 남자던데.” 송가빈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외투를 걸쳤다. “출근이나 해.” “어제 못 들었어? 재택에서 출근할 거라니까? 네 곁에 있겠다고 했잖아.” “난 괜찮으니까 다시 회사로 출근해.” 박동진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송가빈의 뒤로 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목 언저리에 버드 키스를 남겼다. “내가 없으면 아이 못 만들잖아.”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점점 더 손을 위로 쓸어올렸다. 송가빈은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 나빠 더 세게 그를 밀어냈다. “이거 놔.” 박동진은 그녀의 거절을 연인 간의 밀당이라고 여기며 그녀의 목에 입술을 꾹 댄 채 말했다. “싫어. 안 놔줄 거야.” “놓으라니까!” 단호한 외침과 함께 송가빈이 그를 퍽하고 밀어냈다. 어디서 나온 힘인지는 그녀도 몰랐다. 박동진은 적잖은 충격이었는지 그녀를 안고 있던 그대로 밀려나 버렸다. “가빈아, 대체 왜 그래?” 송가빈은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 방문을 열었다. “기사님 기다리시잖아.”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젊은 택배 기사 한 명이 도우미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택배 기사는 송가빈을 보자마자 깍듯이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세요. 어플로 예약 주신 고객님 맞으시죠?” “네, 따라오세요.” 송가빈은 다시 위로 올라가며 그를 침실로 안내했다. 문지방에 기대고 있던 박동진은 젊은 남자를 보더니 적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 나가.” 택배 기사는 당황한 얼굴로 먼저 들어간 송가빈을 가리켰다. “고객님께서 방금 따라오라고...” “비켜, 내가 들어오라고 한 거야.” 송가빈은 그렇게 말하며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미리 정리해 둔 상자 몇 개가 들어있었다. “이게 전부예요. 무게 측정해 주세요.” 박동진은 텅 비어 있는 그녀의 옷장을 보더니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왜 옷이 하나도 없어?” 송가빈은 아무 말 없이 상자 안을 가리켰다. “...너, 어디 멀리 떠나? 갑자기 옷은 왜 정리하는데?” 박동진이 송가빈의 어깨를 꽉 잡으며 물었다. “어디 가는 건데? 나한테 말도 없이 어디 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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