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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늘 저녁은 삼계탕이었다. 도우미는 닭 다리를 그릇에 던 후 먼저 송가빈에게 건네주었다. “토종닭이라 맛있을 거예요.” 그러고는 대뜸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거무스레한 국물이 든 작은 그릇을 들고나왔다. “이건 대표님 거예요.” 박동진은 숟가락으로 내용물을 휘휘 저어보더니 갑자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것까지는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요즘은 남편분들도 좋은 거 먹으면서 함께 임신을 준비한대요. 그래서 특별히 준비한 거니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드세요.” 박동진은 피식 웃더니 송가빈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런 거 필요 없는데, 그치?” “뭔데?” 송가빈이 물었다. “정력에 좋은 거예요. 저희 고향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방이거든요. 냄새가 고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보장할 수 있어요.” 도우미 아주머니가 호호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퇴근해 볼게요.” 갑자기 퇴근하겠다는 소리에 송가빈이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박동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오늘은 저녁 식사 준비만 하고 이만 가보라고 했어.” 박동진은 말을 마친 후 도우미가 준비해 준 것을 한입에 원샷해 버렸다. 그것도 송가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말이다. 욕망이 가득 담긴 그의 눈빛에 송가빈은 얼른 정찬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와요. 지금 당장!] [?] [지금 당장 안 오면 당신 친구 홀라당 벗겨서 먹어버릴 거예요.] [지금 갑니다.] 협박성 멘트에 바로 답장을 보내는 정찬수의 태도에 송가빈은 피식 웃었다. 정찬수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얘기를 박동진을 통해 들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송가빈은 지금도 그가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랑 문자 해?”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송가빈이 깜짝 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깜짝이야. 더우니까 저리 비켜.” “더워? 더우면 이만 샤워하러 갈까?” 박동진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공주님처럼 안아 들었다. “같이 씻자.” “잠깐...!” 계단을 오르려는 그를 송가빈이 제지하려던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들려왔다. 박동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에는 송가빈을 내려놓았다. “회사 전화야?” 박동진은 송가빈을 한번 안아주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저 씻고 있어. 통화만 하고 바로 올라갈게.” “통화만 하고 바로 올라오는 거 확실해?” 송가빈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박동진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애인에게 달려갈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나 보내기 싫어? 그럼 안 받을게. 다시 올라가자.” “잠깐!” 송가빈이 기겁하며 말했다. “받아. 중요한 전화면 어떡하려고.” 박동진은 그 말에 발신자를 한번 보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올게.” 그는 뒤를 돌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뭐? 잠깐만...” 여자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언뜻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송가빈은 크게 개의치 않아 하며 침실로 올라온 후 곧장 문을 잠갔다. 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뉴스를 확인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쿵쿵 두드렸다. “깜짝이야.” ‘애인한테 일이 생겨서 빨리 가봐야 하나 보지? 잘됐네.’ 송가빈은 침대에 누운 채 목소리만 높였다. “회사 일 때문이면 얼른 가봐.” 당연히 박동진인 줄 알았는데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예요.” 송가빈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움찔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목소리는...’ 문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힘겹게 숨을 고르고 있는 정찬수가 서 있었다. ‘잠옷을 입은 채로 여기까지 왔다고...?’ 송가빈이 어이없어하는 동안 정찬수는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훑어보았다. 어디 흐트러진 곳은 없나 하는 눈빛으로 말이다. “뭐... 없었던 거죠?” 송가빈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이미 잡아먹은 뒤라는 생각은 못 하는 거예요?” 정찬수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변호사라는 사람이 뭐가 이렇게 늦어요? 이래서야 어디 믿고 도움을 청할 수 있겠어요?” 만약 임수연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박동진을 제지할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정찬수는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쳤다. “지금 당장 와달라고 해서 옷이 다 젖도록 뛰어온 사람한테 이게 무슨 태도죠?” “나 때문에 달려온 건 아니잖아요.” “...” “아니에요?” “맞아요.” 정찬수는 대충 대답해 주고는 침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박동진은요?” “올라올 때 못 봤어요?” “마당에도 없고 거실에도 없던데요?” “아, 그럼 차고로 갔겠네요. 거기서 애인이랑 통화하고 있을 거예요.” 정찬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동진 애인의 이름이 뭐라고 했죠? 임수연이라고 했었나? 나중에 기회 봐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해야겠네요.” “...” 송가빈은 그 말에 아무 말 없이 정찬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요? 새삼 너무 잘생겼어요?” “정 변호사님한테 친구는 어떤 존재예요?”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질문일까?” “대답해봐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 ‘친구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하면서 박동진과 관련된 일에는 이렇게까지 열을 낸다고? 역시 정찬수는...’ “정 변호사님은 국내 말고 해외로 가서 사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왜죠?” “그야 해외에는 다양한 정책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소수자들을 위한 특혜라던가...” 정찬수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거, 당장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 지우라 마라예요?” 송가빈이 눈썹을 끌어올리며 물었다. “그런 거 아니니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정찬수는 송가빈의 머리를 한번 쿡 찌르고는 금방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서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거 맞죠?” 송가빈이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뭘 시작하기도 전에 박동진 애인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으니까.” 정찬수는 표정을 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그런데 박동진이 그 여자와는 꽤 많은 밤을 보냈을걸요?” “아, 그건 상관없어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정찬수의 태도에 송가빈이 발끈했다. “그러니까 정 변호사님은 박동진이 나랑만 안 하면 된다 이거네요? 이유가 뭐예요? 내가 무슨 바이러스라도 돼요? 기왕 얘기 나온 거 속 터놓고 한번 물어볼게요. 대체 왜 그렇게 나랑 박동진을 갈아놓지 못해서 안달이에요? 내가 뭐 정 변호사님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 정찬수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 송가빈 씨일 거라는 생각은 못 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망상증 환자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왜 해요?” 정찬수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키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몸도 허한 애가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무리라도 할까 봐 그래요. 회사를 이끌어가야 하는 친구인데 부부생활 때문에 몸이 점점 허약해져서 나중에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되면 안 되잖아요.” “허. 대체 몸이 얼마나 허약해야 남편의 의무를 좀 했다고 휠체어 생활을 해요? 그리고 만에 하나 정말 그렇게 됐다고 해도 뭐가 걱정이에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걱정할 정도면 정말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라는 뜻일 텐데 정 변호사님이 직접 옆에서 배설물을 다 받아주면서 돌봐주면 되잖아요.” 송가빈의 말에 정찬수가 피식 웃었다. “빈정거리는 게 수준급이네요. 송가빈 씨가 아직도 요조숙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방금 송가빈 씨가 한 얘기를 들었어야 했는데.” “뭘 들어?” 그때 문이 열리고 박동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찬수 네가 왜 여기 있어?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엄청 중요한 얘기라니까 잘 들어줘.” 송가빈이 팔짱을 끼며 대신 대답했다. “중요한 얘기?” 박동진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뭔가 떠오른 듯 정찬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설마 네가 10년이나 넘게 기다린 그 여자가 드디어 이혼한대?” “응, 머지않았어.” “미리 축하한다, 친구야!” 송가빈은 생각지도 못한 대화에 입을 떡 벌리며 정찬수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매니악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시네요? 설마 유부녀를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송가빈 씨는 신경 끄시죠?” 정찬수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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