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정찬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눈치챈 건가?’
하지만 뭐, 눈치챘다면 그게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언젠가는 꺼내야 할 이야기니까. 그는 천천히 입술을 핥으며 마음속 깊숙이 묻어둔 무려 15년 된 비밀이 드디어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순간만큼은 긴장되고 조심스러웠다.
“가빈 씨, 사실...”
“대표님 진짜 대단하세요. 박동진을 위해서라면 몸 바쳐 충성하시겠어요, 아주.”
정찬수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뭐라고요?”
송가빈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을 이어갔다.
“먼저 웨슬리 호텔 채용 건으로 절 시훈시로 오게 해서 박동진이랑 물리적으로 거리를 벌려놨죠. 그다음에는 송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서 저랑 박동진 사이의 마지막 남은 정까지 싹 끊어주셨고요. 이제는 대표님의 세 ‘아들’까지 맡겨서 먹이고 씻기고 뒤처리까지 하게 만드시네요.”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혹시 제가 마음 바꿔서 이혼 안 하겠다고 할까 봐 걱정되시는 거 아니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혼 반드시 할 겁니다. 그분 지금 제 눈에는 그냥 쓰레기예요. 다시는 엮이고 싶지도 않아요.”
정찬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말을 다 들었다. 처음에는 미간을 좁히고 있었지만 점점 표정이 풀려갔다. 말도 안 되는 추측들이 이어졌지만 결론만큼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가 바랐던 답이었다. 도달한 길이 다를 뿐, 결국 같은 곳에 이른 셈이었다.
정찬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시동을 걸었지만 차가 향하는 곳은 호텔이 아니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가로수들을 보며 송가빈도 이상함을 눈치챘다.
“호텔로 안 가시나요?”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어서요.”
“무슨 일이요?”
정찬수는 그녀를 백화점으로 데려갔다.
개들은 차 안에 두고 창문에는 바람이 통하도록 약간의 틈을 남겼다. 그러고는 그녀를 데리고 백화점의 여성복 매장으로 들어섰다.
“대표님, 이건 또 무슨 일이에요?”
“옷 한 벌 고르세요. 오늘 저녁, 저 좀 도와주셔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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