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송가빈은 탈의실에 들어가 새로 고른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솔직히 말해, 정찬수의 눈썰미는 정말 대단했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것 없는 평범한 디자인 같았지만 막상 입고 보니 그녀의 분위기와 딱 어울렸다.
은은한 느낌 속에 따뜻하고 생기 있는 기운이 담겨 있었고 과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처음 보는 이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을 만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신발도 발에 딱 맞았다. 게다가 이 하이힐은 8cm짜리여서 불편함도 덜했다. 예전에 그녀가 인터넷으로 샀던 12cm짜리 검정 하이힐과는 달리 하루 종일 신고 다녀도 고문처럼 느껴지진 않을 것 같았다.
몇몇 여성 점원들은 그녀 주변에 모여 감탄을 터뜨렸다.
“역시 대표님 안목은 다르네요. 이 스타일, 정말 고객님이랑 찰떡이에요.”
그녀가 탈의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올 무렵, 정찬수는 등을 돌린 채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었고 꽤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제야 직원 한 명이 불렀다.
“대표님, 한번 보세요.”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린 듯 전화를 급히 정리하고 다가왔다.
“어때요?”
정찬수는 두어 번 헛기침하더니 일부러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럭저럭이네요.”
직원들은 웃으며 거들었다.
“그게 어딜 봐서 그럭저럭이에요? 정말 예쁘신데요!”
정찬수는 콧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가요. 얼른.”
그는 빠른 걸음으로 매장을 나섰고 송가빈은 하이힐을 신고 그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급한 일이라도 있으세요? 좀 천천히 걸어주세요. 따라가기 힘들어요!”
그녀는 분명, 평소 그답게 점점 더 빨리 걸을 거라 예상했지만 정찬수는 오늘따라 그러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잠시 멈춰서서 그녀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렸고 그녀가 가까이 오자 그제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한결 느린 걸음이었고 분명히 그녀의 속도에 맞춰주고 있었다.
송가빈은 투덜거리듯 말했다.
“하이힐이란 건 대체 누가 만든 건지, 정말 사람 고생시키는 물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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