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말을 나누던 중, 디징 타워 입구 쪽에서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질서정연하게 나오는 보안 요원들이었고 그 뒤로는 각종 카메라 장비를 든 수많은 기자가 잇따라 몰려나왔다.
이어 경찰, 소방대, 협상 전문가들까지 차례로 쏟아져 나왔고 마지막으로 수십 명의 보안 인력들에게 둘러싸인 채 걸어 나오는 남녀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임수연은 아직 눈가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박동진은 그녀를 품에 안아 안고 있었다.
“나왔다, 나왔다!”
순식간에 군중이 와르르 몰려들었다.
그 와중에도 송가빈과 정찬수만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세 마리 대형견들도 분위기를 읽은 듯 얌전히 그녀의 다리에 딱 붙어 앉아 있었고 그 온기가 조금은 위로처럼 느껴졌다.
잠시 뒤,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조용히 길가에 멈춰 섰다. 하준우가 문을 열고 급히 뛰어나와 박동진과 임수연 곁으로 달려가 경찰과 함께 주변을 정리하며 길을 텄다.
그 무리가 가까워지자 군중의 흐름에 밀린 송가빈은 휘청거렸고 정찬수는 재빠르게 그녀를 끌어안아 가슴팍에 꼭 안았다. 그는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듯 감싸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보지 마.”
사방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함성, 울려 퍼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 경찰의 통제 방송이 뒤엉킨 가운데 송가빈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어깨 너머로 보이지 않는 시야에 집중했다.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정찬수 셔츠의 잔잔한 무늬뿐이었다.
그리고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길 좀 비켜 주시죠, 부탁드립니다.”
경찰의 안내 방송이 곧이어 따라붙었다.
“지금 사모님께서는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모두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 소리는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곧 또다시 멀어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송가빈이 조심스레 물었다.
“갔어요?”
“아직...”
정찬수가 대답했다.
“길이 주차 차량으로 막혀서 차가 못 빠져나가고 있어요. 경찰 기마대가 앞에서 정리 중이고요.”
“그럼... 차는 어디에 있어요?”
“바로 우리 옆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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