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녹화하러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설인아는 영락없는 청난이었다.
그걸 알기에 설인아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분해서 육진수가 아까부터 표정을 굳히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설인아도 육진수를 발견하고 놀라긴 했지만 감독과 긴 대치 끝에 끝낸 협상이라 괜한 일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그냥 미간만 찌푸리고 지나치려 했다.
건강상식만을 전해주는 예능은 어디에도 없었기에 설인아도 이번만큼은 촬영을 잘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눈치 없는 감독이 그녀를 굳이 육진수 앞으로 데려갔다.
“여긴 우리 신의님 파트너 육진수 씨에요. 육 배우 알죠? 남우주연상 탔는데.”
선남선녀를 눈앞에 두고 그냥 지나칠 리 없는 감독은 벌써부터 그림 만들 생각에 들떠있었다.
한편 그제야 육진수를 발견한 성주원은 줄곧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우며 표정을 굳혔다.
‘육진수도 오는 줄 알았으면 제안 그냥 거절하는 건데...’
“네.”
육진수를 힐끗 보며 감독의 말에 단답으로 대답한 설인아는 곧바로 뒤에 있던 엄유정과 곽시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청난이라고 불러주세요.”
설인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게 자신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라고 제대로 착각한 육진수는 주먹을 꽉 쥐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화를 눌러 담고 있었다.
다만 오늘의 주인공은 육진수가 아닌 청난이었기에 그의 기분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곽시원과 엄유정 역시 설인아가 먼저 인사를 건네줬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었다.
“청난님, 안녕하세요! 전 엄유정이라고 해요.”
“곽시원입니다. 이렇게 같이 일하게 돼서 영광이에요.”
유명세에 걸맞지 않은 겸손과 예의에 곽시원과 엄유정은 이미 설인아의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루한 녹화인 줄 알고 돈만 받으면 바로 나가려 했는데 벌써부터 재밌어지니 둘을 포함한 다른 스태프들도 모두 오늘의 촬영을 기대하고 있었다.
스튜디오는 하늘색과 흰색의 풍선들로 꾸며졌는데 무대 중앙에 놓인 깨끗하고 푹신해 보이는 거대한 소파 위에는 하늘색, 흰색이 적절히 섞인 쿠션들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감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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