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그리고 앞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당시 무왕산 산속에서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남편이 나를 업고 하산했어.”
과거를 언급하자 하수연은 속으로 감정이 북받쳤다.
“그때 음식도 거의 바닥난 상태라 굶어 죽지 않으려면 얼른 산을 벗어나야 했어.”
설인아도 무왕산을 알고 있었다.
워낙 산세가 험준해서 등산하다가 다쳐 외부와 연락이 안 되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식량 부족은 둘째치고 사나운 맹수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
어쩌면 당시의 부상 때문에 다리가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마다 하수연은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이내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말했다.
“바로 그때 생명의 은인을 만나게 된 거야.”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어찌 잊겠는가?
핸들을 잡은 허문종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인아 씨, 잘 좀 부탁드릴게요.”
그동안 전호웅을 치료하려고 여러 의사를 찾아다녔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이번에 하수연의 다리가 갑자기 아프지 않았더라면 설인아가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평생 몰랐을 것이다.
어떻게든 보답하려는 허문종과 하수연의 마음에 감동한 설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할게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허문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시훈은 시종일관 앞만 바라보며 설인아의 손을 꼭 붙잡았다.
손이 맞닿는 순간 설인아는 무의식적으로 빼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실패하자 하시훈을 돌아보았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여는 남자를 발견했다.
“뭐지?”
이때, 다른 사람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절벽을 올라가는 동안 비좁은 도로에서 차량을 마주치면 천천히 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뒤에 있던 차는 속도를 높여 점점 더 빠르게 다가왔다.
허문종은 핸들을 꽉 움켜쥐었고, 뒤를 바짝 쫓아온 차를 보며 이마에 식은땀이 살짝 맺혔다.
평소에 다정하던 남자도 이 순간만큼은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다들 꽉 잡아.”
허문종이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설인아가 고개를 돌리자 뒷유리 너머로 검은색 차를 발견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