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화 오해가 아니다

유지호는 임윤진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여자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 건 적절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서아는 유지호의 말을 받아쳤다. “그냥 비긴 거로 해요.” “비긴 거로 한다고요?” 유지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서아 씨는 뭘 비긴 거로 한단 말이죠?” 이서아의 말은 방 안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여기 있는데 현아 씨가 한 대표님을 데리고 나가는 건 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최현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그저 한 대표님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 그랬을 뿐이에요.” 그러자 이서아가 말했다. “그래요?” 원래 두 여자가 한 남자를 놓고 다투던 상황은 이서아의 발언으로 인해 세 여자가 한 남자를 놓고 다투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쉽게 나서지 못했다. 결국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신강우가 데려온 사람이었고, 피해자는 유지호의 사촌 동생이었으며 지금 말하는 사람은 이 싸움에서 확실한 명분이 있는 한수호의 파트너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입장이었지만 여기서 최고 지위를 가진 세 남자에게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함부로 끼어들기 곤란했다. “오해일 뿐이에요.” 한수호가 침묵 속에서 평온하게 말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서아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테이블에서 술잔을 하나 집어 들었다. “오늘 밤 제 사촌 동생이 실례를 범했습니다. 윤정이가 당신의 사촌 동생을 괴롭혔으니,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최현아 씨, 유 대표님, 이 잔은 제 사과의 표시로 받아 주세요.” ‘내 사촌 동생이 당신의 사촌 동생을 괴롭혔다...’이 말은 소윤정이 한수호의 사촌 동생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윤정이 서정 SY그룹의 비즈니스팀 매니저라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서정에서 유명한 ‘사교계의 꽃’이라는 점, 신강우와 한수호와의 애매한 소문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한수호의 사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