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장 사랑 이야기

강씨 가문은 경북에 있었다. 경북의 기성 세대들은 가문에 경사가 있을 때면 모두 노래 잘하는 사람을 초청해 집 마당에서 노래를 부르게 했다. 한 무대가 끝나고 배경이 바뀔 때가 되면 무대의 초록색 커튼이 걷히곤 했다. 어렸을 때 소윤정은 무대 위로 올라가 커튼을 걷어 올리고 뒤에서 스태프들이 무대를 세팅하고 배우나 가수들이 분장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나쁜 버릇을 못 고쳐서 친척 동생들을 이끌고 함께 무대에 올라가곤 했었다. 그때 여동생이 물었다. “다음 무대는 뭐예요?” 소윤정은 빨간색과 초록색 배경으로 바꾸는 스태프들을 보며 무슨 노래가 나올지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부모님의 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얘가 여기 있었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무대 뒤를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네. 소윤정, 빨리 내려오지 못해? 몇 번이나 말했니? 공연하는 분들 분장하는 거 엿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네가 지금 몇 살인데 아직도 어린 동생들하고 장난치는 거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리고 곧 부드럽고 차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현 씨는 아직 동심이 남아있네요. 이건 귀한 거예요.” “강우 군, 이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네요.” 소윤정은 그 남자가 자신의 약혼자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커튼을 걷고 한 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때마침 무대 뒤에서 다음 공연이 시작되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점점 깊어지는 노래 소리와 함께 커튼이 소윤정 앞으로 천천히 열렸다. 소윤정의 부모님과 함께 서 있던 젊은 남자가 소윤정을 바라보았다. 마치 예전에 결혼식 첫날 밤, 신랑이 신부의 베일을 걷어 올리는 그 순간 처럼 두 사람은 무대 위와 무대 아래에서 서로의 얼굴이 마주보았다. 그것이 소윤정과 신강우의 첫 만남이었다. 소윤정은 눈물을 머금은 채 웃었다. “그 노래의 제목은 [사랑 이야기] 였고 남자와 여자가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였어요.” 소윤정은 신강우를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했었다. 나중에 부모님이 정식으로 소개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