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4장 거절

안 그래도 어지러웠던 이서아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절대 무시하지 못할 어지러움이었다. ‘나 왜 갑자기 이러지? 그나저나 애들은 기저귀가 더러워서 운 게 아니었나? 누가 한 달도 안 된 애들한테 독을 먹여?’ 그녀는 어젯밤 유일하게 방문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갔을 때 한수호도 있었다. 지금은 일단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구체적인 상황도 모르니 말이다. 그녀는 빠르게 준비해서 허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 만약 그녀가 먼저 이 일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신강우가 책임을 물을 것이 분명했다. 차에서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바람이었다. 옷을 많이 입었는데도 소름이 오소소 돋았던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허씨 가문의 저택은 전등이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녀가 안에 들어갔을 때 도우미들은 한데 모여서 수군대고 있었다. “이서아 씨가 틀림없다니까요! 어젯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걸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동료 도우미도 머리를 끄덕였다. 쌍둥이의 어머니 공지윤은 애써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님, 이서아 씨라는 사람 대체 누구예요?” “SY그룹의 비서야. 어제만 해도 임씨 집안의 애랑 시끄럽게 굴었지.” 공지윤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이랬을 거예요! 저 절대 가만히 못 있어요!” “...” 이서아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현관을 건너 거실에 들어간 그는 우뚝 멈춰 섰다. ‘한수호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용산에 돌아간 거 아니었어?’ 한수호뿐만 아니라 최현아도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온 모양이었다. 이서아는 문득 떠올랐다. 그녀가 아이들의 방에 들어가서부터 나올 때까지 한수호는 계속 곁에 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안 했는지, 한수호는 그녀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도우미들이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릴 때 그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대신 설명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 한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