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3장 너를 위해 남긴 거야

임정우가 침대에 눕히자마자 잠에서 깬 이서아는 몽롱한 눈빛으로 물었다. “들어왔어요?” 임정우가 그런 이서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오래 자면 머리 아프지 않아?” “졸려요.” 이서아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이 잠도 많고 추위도 많이 타는 고양이 같았다. 임정우는 자기도 모르게 이서아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뒤에 서 있던 김지영이 이를 보고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표정에서 주저가 느껴졌다. 방안은 불을 켜지 않았지만 창밖으로 비쳐 드는 가로등 불빛과 복도에서 새어 들어오는 불빛으로 어둡지 않게 밝히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포근한 느낌을 줬다. 임정우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가서 밥 먹을까? 하론에 온 지도 꽤 됐는데 나가서 돌아본 적이 없네?” 이서아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이불깃을 여미며 나른하게 말했다. “그날 항구에서 가든으로 오는 길에 봤어요.” “나가기 싫어?” 나가기 싫다는 말에 임정우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면 집에서 먹자. 일어나.” 이서아가 티 나지 않게 한숨을 내쉬더니 임정우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가든에서 일하는 집사와 도우미는 전부 아시안이었기에 준비한 요리도 전부 한식이었지만 이서아는 별로 먹지 않았다. 임정우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밥만 먹었다. 딱히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이서아는 원래 조용한 성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서아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임정우가 불러세웠다. “또 자려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녁 9시 반이었다. “밤이 늦었는데 자야죠.” “먹자마자 누우면 위 아파. 이건 네가 알려준 거잖아.” 임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먹은 거 소화도 할 겸 나랑 가든 돌면서 길 좀 익혀.” “배가 부른 건 아니라서 딱히 소화할 필요도 없어요. 오늘은 졸려서 다음에 나가요.” 임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우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외투 좀 가져다주세요.” 도우미가 임정우에게 긴 트렌치코트를 가져다주며 이서아의 카디건도 챙겨줬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