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4장 정신 차리기 싫어

이서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뻐끔거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임정우도 딱히 다른 뜻은 없었기에 이렇게 말했다. “서아야, 나를 위해 한 번만 더 춤추면 안 돼? 내가 출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춘 그 춤 말이야.” 이서아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사방이 거울이라 이서아가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임정우는 이서아의 표정에서 거부감을 느꼈다. 그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춤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오래전이라 다 까먹었어요.” 이서아가 입을 열었다. “네가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내가 모를 줄 알고?” “아직 상처도 다 낫기 전이에요.” “상처는 유람선에서 이미 다 아물었어. 의사도 확인했고.” “춤추기엔 복장이 좀 애매해서요. 다음에, 다음에 보여줄게요.” “그때는 교복을 입고도 잘만 추더니 왜 지금은 안 되는 거야?” 이서아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거절하는데 임정우가 계속 밀고 나간 적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이서아는 손도 까딱하기 싫었다. 임정우는 팔짱을 꼈던 손을 풀더니 눈동자가 옅은 갈색에서 진한 갈색으로 물들었다. “아직도 그때 내가 너를 두고 간 것 때문에 화난 거야?” 이서아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임정우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번에 살려준 걸로 퉁치면 안 될까?” 이서아가 여러 번 강조했다. “화난 거 아니라니까요.” 하지만 임정우는 그녀가 화나서 춤을 거부하는 거라고 확신했다. “퉁까지 쳤으니 얼른 보여줘.” 이서아는 자문자답하는 임정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계속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임정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 “음악 틀어줄까?” “...” 임정우는 아무 바이올린이나 하나 집어들었다. “...” 이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발을 벗더니 양말만 남겨뒀다. 바닥은 기름을 뿌려 미끄러운 상태라 춤 추기에 적합했다. 임정우가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려놓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차이콥스키의 [6월 뱃노래]를 연주했다. 청아한 바이올린 소리는 여름을 묘사한 곡과 참 잘 어울렸다. 이서아는 그 자리에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