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9장 젠틀함의 이면

이서아는 면봉으로 연고를 짜내 상처 가장자리에서 안쪽에 피가 스며 나오는 데까지 조심스레 살살 펴 발랐다. “그게 이거랑 같아요?” 이서아의 손길이 너무 가벼운 나머지 깃털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아프기는커녕 간지럽기까지 했다. 임정우는 유리창에 비친 이서아의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서아는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상처 소독에 집중했다. 임정우는 뭐가 다르냐고 따져 묻지는 않았다. 이서아는 자기 몸에 난 상처와 다른 사람 몸에 난 상처는 느낌이 다르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임정우는 생각이 달랐다. 어렸을 때는 이서아도 겁이 많았지만 10년간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면서 중절 수술까지 혼자 사인하고 들어갈 만큼 강해졌기에 이렇게 ‘작은’ 상처는 무섭지 않다는 말로 들렸다. 그 일만 생각하면 임정우는 눈꺼풀이 살짝 튀었다. 이서아는 임정우가 아파서 그러는 줄 알고 상처를 호호 불어줬다. 원래도 간지러웠던 임정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나 어린이 아니야.” 이서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눈빛이 임정우의 가슴으로 향했다. 아까는 옷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가슴에 난 흉터도 발견했다. 손톱눈만큼한 원형 흉터를 낼 수 있는 건 총알밖에 없었다. “이건 어쩌다 생긴 거예요?” 이서아가 멈칫하더니 물었다. 임정우가 그 상처를 힐끔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로피 그룹 후계자 자리가 쉽게 오는 자리는 아니잖아.” “...” 총상을 처음 본 이서아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만져봤다. 진작에 아물어 새살이 자라났지만 살짝 튀어오른게 매끄럽지 않고 까슬까슬했다. 총알을 맞았을 때 상처가 얼마나 심각했을지 예상이 갔다. 게다가 상처는 오른쪽 가슴이라 더 위험했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상황이 얼마나 위급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서아는 이 상처를 보며 임정우가 그때 홀연히 떠나버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후계자 자리에 오르려면 피 튀기는 전쟁을 이어갈게 뻔한데 그의 곁에 있는게 더 위험했다. 이서아는 전에 모든 일에 도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해 그룹이 무너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