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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문을 열자 최태준은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허벅지 위에 유아람이 앉아 목을 끌어안은 채 사람이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홍서윤의 눈에 들어왔다. 홍서윤은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은 눈빛으로 마치 못 본 사람처럼 담담하게 목걸이를 내려놓고 나갈 준비를 했다. 소리가 들리지 서로 끌어안고 있던 두 사람은 마지못해 떨어졌다. 최태준의 눈빛은 금세 원래 상태로 돌아왔고 홍서윤을 보자마자 위험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홍서윤은 책상 위의 목걸이를 가리켰다. “물건은 가져왔으니까 유아람 씨는 잊지 말고 제 계좌로 송금해주세요.” 말을 마친 홍서윤은 떠나려 했다. 그러자 유아람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태준 씨, 미안해요. 어제 당신이 내게 준 목걸이가 오늘 고장 나버렸네요. 저 미워하진 않을 거죠?” 유아람은 두 손으로 목걸이를 감싸 쥔 채 붉어진 눈가로 간절하게 최태준을 올려다보았다. 최태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로 홍서윤을 보았지만 말은 유아람에게 건넸다. “어떻게 된 거지?” 유아람은 무심코 홍서윤을 힐끗 보았다. “저도 모르겠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서윤이가 가져온 후 이렇게 되었네요.”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아람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유아람은 지금 홍서윤이 목걸이를 망가뜨렸다고 은근슬쩍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최태준의 눈빛은 어두워지고 목걸이를 받아 홍서윤의 앞까지 걸어갔다. “저 아니에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홍서윤은 맑고 또렷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최태준 씨, 이 목걸이가 얼마나 비싼지 저도 알아요. 전 돈도 없고 그런 어리석은 짓 하지 않아요.” 최태준은 목걸이를 홍서윤의 목에 대어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전에 네가 가장 갖고 싶어 하던 게 이거 아니었나? 못 얻으니까 부숴버린 거잖아. 홍서윤, 내 말이 틀려?” 홍서윤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태준 씨도 말했다시피 그건 예전이에요.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어요.” ‘아무 생각도 없다고...' 최태준은 홍서윤이 어떤 의미로 말한 것인지 알고 있었던지라 분노가 치밀었다. 물론 목걸이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한 말에 분노하고 있다. 목걸이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차갑게 픽 웃었다. “이 목걸이가 네 손을 거쳤으니 너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지. 다만...” 발코니 밖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최태준은 시선을 거두며 홍서윤을 내려다보더니 순간 큰 손을 휘둘러 목걸이를 던졌다. 목걸이는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며 수영장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차갑게 말했다. “찾아와. 찾아서 내 앞에 가져다 두면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해줄게.” 유아람은 속으로는 아주 고소해하면서도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 끼어들었다. “태준 씨, 서윤이는 감기가 나아진 지 며칠 안 됐잖아요. 분명 몸이 버티질 못할 테니까 제가 대신 갈게요.” 그러나 두 발짝도 떼지 못한 채 끌려왔고 최태준은 홍서윤을 응시하며 차갑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값을 물어낼 거야, 아니면 찾아올 거야. 네가 선택해.” 최태준은 사실상 하나의 선택지만 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홍서윤은 담담하게 주저 없이 후자를 택했다. “찾아올게요.” 너무도 담담한 목소리였으나 그것은 최태준의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낯설다는 눈빛으로 홍서윤을 보며 홍서윤의 눈에서 뭐라도 찾아내려 했다. 홍서윤은 그런 최태준을 똑바로 보았다. “제가 한 일은 아니지만 최태준 씨가 저한테 뒤집어씌우고 배상하는 건 싫으니까요.” 홍서윤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곧 떠날 몸, 조금 손해를 본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으니까. 풍덩. 이내 소리가 들려오며 홍서윤은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수영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홍서윤을 보자 가볍게 휘파람을 불거나 대놓고 히죽거리며 말했다. “저기요! 옷 입고 물에 들어가면 불편하지 않아요? 내가 벗겨줄까요?” 홍서윤은 이를 악물고 그 목소리들을 못 들은 척하며 물속에서 힘겹게 바닥을 더듬었다. 다행히 그녀는 목걸이를 찾아냈다. 주변 남자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룸 쪽으로 걸어갔다. 느껴지는 추위에 어깨는 움츠러들었고 팔은 간신히 떨림을 억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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